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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4화

밤이 깊자 강성의 화려함은 또 다른 얼굴로 변했다. 불빛은 찬란했고 음악과 웃음소리가 거리마다 흘렀다. 화영은 오늘 퇴근이 늦었다. 늘 들르던 그 바 앞을 지나던 화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밴드는 언제나 부르던 노래를 또 부르고 있었고 손님들도 낯익은 얼굴뿐이었다. 귀에 익을 대로 익은 멜로디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그 밴드는 자신들이 꽤 훌륭하다고 착각한 채, 이 작은 무대 안에서 안온한 만족을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피로와 현실을 잠시 잊고 이 공간을 자신들만의 도피처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화영은 바 카운터 앞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자 바텐더가 곧장 다가와 화영의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피곤해 보이시네요.” 화영은 옅게 웃었다. “방금 퇴근했어요.”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능숙하게 잔을 채웠다. “이건 피로 푸는 데 효과 좋아요.” “고마워요.” 화영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그러고는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밴드를 바라보며, 느릿한 리듬에 맞춰 손가락 끝으로 카운터를 가볍게 두드렸다. 곧 어깨가 풀리고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노래 한 곡이 끝났을 때 화영은 무심코 바 안쪽 한자리를 바라보았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최근 열흘 동안 화영과 우행은 이곳에서 두세 번쯤 마주쳤고 남자의 친구들과도 어느새 익숙해졌던 터였다. 화영은 다시 한 잔을 주문하고 혼자서 조용히 그 시간을 즐겼다. 이는 화영에게 이 순간은 하루 중 가장 고요한 휴식이었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열 시를 넘겼을 때도 그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오늘은 오지 않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했다. 바 출입문으로 걸어 나가던 찰나 맞은편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불빛이 등 뒤에서 쏟아져 내려 얼굴이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둘이 스치듯 지나가려는 순간 남자가 멈춰 서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좀 일찍 가네요?” 화영이 고개를 들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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