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21화
우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고 올 테니까 희유 곁에 있어요.”
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행이 나가고 간병인도 자리를 비우자 병실 안에는 화영과 진희유만 남았다.
화영은 희유의 손을 감싸며 낮게 속삭였다.
“희유 씨, 정말 혼자서 산에서 떨어진 거예요? 아니라면 마음에 쌓인 억울함이 분명 있을 텐데.”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서 알려줘요. 누구보다 본인이 직접 말해줘야 해요.”
그 말을 끝낸 순간, 희유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화영은 놀라 이름을 부르며 몸을 앞으로 숙였지만 희유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호흡도 평온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까의 움직임은 자신이 손을 너무 세게 잡은 탓으로 생긴 착각처럼 보였다.
화영은 잠시 실망스레 이마를 매만지다가 천천히 희유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희유는 반드시 깨어날 거라고 단단히 믿었다.
‘반드시 깨어날 거야.’
병원을 나온 뒤, 두 사람은 함께 우행의 본가로 향했는데 신서란을 뵙기 위해서였다.
희유의 일이 생긴 뒤로, 신서란은 눈에 띄게 쇠약해졌고 늘 평온하던 얼굴에도 잔잔한 수심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화영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오랜만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집안일이 다 해결된 거야?”
신서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깊게 배어 있었고 화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이제 괜찮아요.”
신서란은 마치 이미 모든 사정을 알고 있다는 듯 더 묻지 않고 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많이 힘들었겠네.”
화영은 신서란의 손을 잡아 따듯하게 웃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다들 제 걱정해 주시는데 저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그동안 울리던 우행의 전화가 다시 진동했고 화영은 남자에게 다녀오라고 눈짓해 보냈다.
그렇게 화영은 혼자 남아 신서란의 곁에서 담담히 대화를 이어갔다.
신서란은 화영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를 보면 자꾸 희유가 떠올라.
사고 나기 전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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