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24화
석유는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명빈이 찻집에서 자신을 마주쳤을 때, 근무 시간에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따지지도 않았고, 아무 말없이 그냥 보내줬다.
명빈의 평소 스타일과는 어딘가 달랐지만 석유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앞을 보며 운전에 집중했다.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김하운과 마주쳤고, 석유를 보자마자 남자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괜찮아요?”
석유는 담담하게 답했다.
“괜찮아요. 그냥 예전 장부 좀 맞춰본 거예요.”
김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행이고요. 사장님은 봤어요?”
석유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말씀하셨어요?”
“네.”
김하운이 말했다.
“민래가 또 석유 씨한테 문제 일으킬까 봐 걱정돼서,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한번 가보시라고 했어요.”
그제야 석유는 명빈이 자신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던 이유를 이해했다.
“고마워요, 본부장님. 근데 다음부터는 이런 일로 사장님까지 부르지 않아도 돼요.”
석유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그리고 민래 씨랑도 이제 거의 정리됐어요.”
석유는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내몰고 있다는 사실도, 회사를 떠나게 만들려는 의도도 알지 못했다.
민래가 그 사진들을 쥐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른 채, 모든 일이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하운은 온화한 눈빛으로 석유를 깊게 바라봤다.
“걱정돼서 그래요.”
석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요.”
김하운은 속으로 석유는 자신의 마음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 얘기를 더 이어가기도 애매했다.
“밖에 다녀왔으니까 좀 쉬어요. 바로 일 안 해도 돼요.”
“네.”
석유는 짧게 답하고 돌아서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
그러나 민래는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명빈이 자신을 탓하지 않았고 저녁까지 함께했지만, 그 사진들과 낮에 보였던 긴장한 표정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지워지지 않는 타투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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