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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2화

명빈은 콧방귀를 뀌듯 피식 웃었다. ‘맨날 희유 옆에 붙어 있기만 하면서 연애한다고 대단한 줄 아나? 남을 뭐라 할 처지도 아니면서.’ 물론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 말을 명우 앞에서 했다간, 화라도 내면 고생하는 건 자기였으니까. 결국 명빈은 얌전히 사다리나 고치기로 했다. 망치를 들고 작업하다가, 순간 방심한 사이 손가락을 그대로 내려쳤다. “악!” 명빈은 비명을 지르며 망치를 떨어뜨렸고 이상하게도, 방금 명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왜 난 승일이 석유 씨와 이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 걸까?’ ... 사다리를 고치고 위층으로 올라가던 중, 마침 석유가 혼자 테라스에 앉아 있는 게 보이자 명빈은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혼자서 찬 바람 쐬고 있었어요?” 석유는 대꾸하지 않았으나 명빈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여기 앉아 있으니까 뭐 생각나는 거 없어요?” 테라스는 명빈 방 창문과 마주 보고 있었고, 창문은 열려 있어 안쪽 구조가 그대로 보였다. 석유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요.” “난 집 생각 안 나냐고 물은 건데요? 도대체 뭘 어떻게 생각한 거예요?” 명빈의 눈에 장난기가 어리자 석유는 남자를 한 번 노려보고 고개를 돌렸다. 곧 명빈이 말했다. “심심하면 나랑 어디 좀 나가요.” 그 말에 석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요?” “어딜 가든 여기서 돌덩이처럼 앉아 있는 것보단 낫잖아요.” 말을 마치자마자 명빈은 석유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나 석유는 힘껏 손을 뿌리쳤다. “놔요.” “안 놔요. 때릴 수 있으면 때려 봐요. 내가 다치면 우리 아버지가 석유 씨를 며느리로 들여서 책임지게 할걸요?” 명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러자 석유의 눈빛이 차갑게 식더니 곧바로 손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명빈은 재빨리 몸을 틀어 피하면서도 손목은 놓지 않았고, 그대로 석유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희유는 커피를 타고 나오다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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