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01화
여자는 순간 멍해졌고, 곧 얼굴이 어색하게 굳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명빈에게 인사하고 떠났다.
그러자 석유는 걸어와 담담하게 말했다.
“거짓말은 한 번이면 충분해요.”
명빈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었다.
“내가 그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한 번쯤은 내 장단에 좀 맞춰줘도 되는 거 아니에요?”
석유는 이 남자가 늘 진지하지 않은 말투로 농담처럼 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도와준 일들이 전부 진심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물었다.
“배는 불러요?”
“아직이요.”
명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직 배고파요.”
“뭐 먹고 싶어요? 내가 살게요.”
석유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가자 명빈이 뒤따라왔다.
“아버지는 어쩌려고요?”
“얘기 끝났어요.”
석유가 심플하게 답하자 명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잘됐네요. 딴 데 가요. 여기 음식 맛없어 죽을 뻔했어요.”
석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까는 왜 말 안 했어요?”
“말해봤자 소용없잖아요.”
명빈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석유는 걸음을 잠시 멈췄다.
저녁 바람이 짧은 머리를 스치며 흩날렸고 석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 명빈 씨 이용하려는 거예요. 이미 오래전부터 명빈 씨 배경을 조사했어요.”
“알아요.”
앞서 걷던 명빈이 뒤돌아봤는데 깨끗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웃음을 짓고 있었고, 눈빛은 달빛처럼 밝게 빛났다.
이에 석유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알고 있었어요?”
명빈은 피식 웃었다.
“누가 날 조사하는데 내가 모르면 그동안 헛살았다는 뜻 아닌가요?”
석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명빈이 이미 하호훈의 목적까지 알고 있다는 건 석유도 알 수 있었다.
곧 남자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게 중요한가요? 난 석유 씨 때문에 온 거예요. 석유 씨 아버지가 뭘 원하든 그건 그분의 일이죠.”
석유는 명빈을 바라봤다.
깊고 반짝이는 눈동자는 마치 은하수 같았다.
그 순간 석유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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