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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9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됐다. 명빈은 원래 명우 말이라면 잘 듣는 편이었다. 부르면 바로 나왔고, 석유 역시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는 상황이라 희유가 저녁 같이 먹자고 하자 별다른 이유 없이 응했다. 장소는 지난번 네 사람이 함께 식사했던 바로 그 레스토랑이었고, 룸도 똑같은 곳이었다. 희유와 석유가 먼저 도착했고, 두 사람이 메뉴를 보려던 순간 명우와 명빈도 들어왔다. 명빈은 명우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가 문 안쪽에 있는 석유를 발견한 순간 웃음이 잠깐 멈췄다. 하지만 명빈은 아무렇지 않은 척 더 환하게 웃으며 희유에게 인사했다. “형수님.” 반면 석유는 명빈을 아예 없는 사람처럼 넘겼고, 그저 명우에게만 가볍게 인사했다. 네 사람은 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석유는 곧 자리 배치까지 지난번과 완전히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 긴 테이블에 희유와 명우는 왼쪽, 석유와 명빈은 오른쪽으로 둘씩 마주 보는 구조였다. 곧 희유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앞으로 주말마다 한 번씩 모일까요?” 그 말에 명빈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저 시간 엄청 귀한 사람이라서 보통 사람들이 저 만나려면 한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해요.” 그러고는 일부러 웃으며 덧붙였다. “근데 형수님이 요청하신다면 칼로 뒤덮인 산이든 불바다든 갈게요.” 희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정말 나 때문에 오는 거예요?” 명빈은 눈을 반쯤 접으며 웃었다. “그럼요? 가족을 제외하고 누가 제 호의를 알아줘요? 고마운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잘해주는 건 솔직히 가치 없잖아요.” 그 순간 석유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그대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희유는 두 사람 분위기를 보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 “우리 일단 메뉴부터 시키죠.” 명빈이 스테이크를 주문하자 희유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 스테이크 제일 맛있어요. 석유언니도 좋아하고.” 명빈은 붉은 입술 끝을 올렸다. “형수님 좋아하신다고 일부러 주문한 거예요.” 그 말에 명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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