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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1화

석유는 차갑게 웃었다. “그러면 여기 앉아 있어요.” 명빈은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얌전한 얼굴로 웃었다. “진짜 나 버리고 갈 거예요?” 석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석유 씨.” 명빈이 뒤에서 칭얼거리듯 부르자 석유는 뒤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등산은 단타로 하는 게 아니에요. 결국 버티는 사람이 끝까지 가는 거죠.” “처음엔 아무리 힘이 넘쳐도 결국 지치게 되고, 몸이 힘들어지면 뇌는 포기하라고 신호 보내요.” “그러다 결국 멈추게 되는 거죠.” 명빈은 순간 멍하니 석유를 바라봤다. 그리고 석유 눈빛 너머에 담긴 다른 의미까지 어렴풋이 읽어낸 듯했다. 석유는 더 말하지 않고 다시 산길을 올랐다. 이번엔 뒤돌아보지도 않았으나 명빈은 곧 다시 따라붙었다. 이번엔 괜히 무리하지도 않았고 투덜거리지도 않았다. 그저 석유 걸음에 맞춰서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갔다. 석유는 그런 명빈이 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가엔 계속 웃음이 걸려 있자 석유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명빈은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렸다. “좋으니까 웃죠.” 석유는 의아한 눈빛으로 명빈을 한번 바라봤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배낭을 열고는 물 한 병과 초콜릿 하나를 꺼내 명빈에게 건넸다. 명빈은 초콜릿을 받아 반으로 나눈 뒤 절반을 석유에게 내밀었다. 이에 석유는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 “괜찮아요. 나도 있어요.” 명빈은 굳이 더 권하지 않고 남은 초콜릿을 한입에 넣고 물까지 크게 들이켰다. 그러자 확실히 좀 살 것 같았다. 명빈은 앞쪽의 가팔라지는 산길을 한번 올려다봤다. 그리고 갑자기 석유 앞에 등을 보이며 쪼그려 앉았다. “올라와요. 내가 업어줄게요.” 그러나 석유는 바로 거절했다. “안 업혀요.” 그리고 그대로 명빈 옆을 지나 앞으로 가려 했지만 명빈이 다시 길을 막아섰다. 표정은 여전히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진지했다. “업혀봐요. 내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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