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53화
여자는 석유의 차가운 표정을 보더니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 말만 남기고는 얼른 몸을 돌려 자기 일행 쪽으로 뛰어갔다.
곧 명빈은 휴대폰을 들어 석유에게 보여줬다.
“우리 첫 커플 사진이네요?”
지난번 번화가에서도 같이 찍긴 했지만 그땐 애들 둘이 같이 있었으니까 인정 안 한다는 듯한 말투였다.
석유는 사진을 한번 흘끗 보더니 명빈을 향해 말했다.
“계속 여자친구라고 말 좀 하지 마세요.”
명빈은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러면 뭐라고 해요? 지금 열심히 꼬시는 여자? 아니면 곧 내 여자친구 될 사람? 듣는 사람 입장에선 결국 같은 뜻 아닌가요?”
석유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다시 산길을 올라가자 명빈은 곧바로 따라붙었다.
“제가 또 업어줄게요.”
하지만 이번엔 석유가 단호했다.
“마지막 구간은 제가 직접 올라갈래요.”
명빈은 석유의 깊고 단단한 눈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요. 그럼 같이 올라가죠.”
석유는 시선을 내린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리고 멀리 이어진 산맥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명빈은 잠시 멈춰 숨을 골랐다.
그러다 석유 손에 들린 등산 스틱을 보며 부러운 듯 말했다.
“저거 있으면 훨씬 편해요? 근데 왜 석유 씨는 하나도 안 힘들어 보여요?”
석유는 자기 손에 들린 등산 스틱을 한번 내려다봤다.
처음에 괜히 허세 부리던 명빈을 놀리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없는 것보단 낫죠. 빌려줄까요?”
명빈은 고개를 젓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위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정상 도착하나 내기해 봐요. 먼저 도착한 사람한테 키스해 주는 거로.”
석유는 말문이 막혔다.
가끔 명빈이 너무 유치해서 할 말을 잃게 했다.
더군다나 석유는 딱히 그 보상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자기 페이스대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하자 시야가 단번에 탁 트였고, 끝없이 펼쳐진 장대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운해 사이로 산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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