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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6화

명빈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회사 그만두자마자 이렇게 궁핍해진 거예요? 그러니까 얼른 다시 출근하라니까요.” 석유는 여전히 차갑고 담담한 눈빛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궁핍해도 마음은 편해요. 높은 빌딩 안에서 남 시키는 대로 끌려다니는 것보단 훨씬 낫죠.” 고성거리의 불빛 아래 명빈은 그림 같은 웃음을 지었다. “진짜 뒤끝 엄청나네요. 내가 잘못했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안 풀린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시 돌아올 건데요?” 석유는 눈빛을 살짝 내리깔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그만둔 건 나름 이유가 있어서예요.” “무슨 이유요?” “명빈 씨랑은 상관없어요.” 명빈의 질문에 석유는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석유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 명빈은 더 묻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었고 강성만 떠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곧 명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그 식당으로 갈까요? 거긴 줄 안 서고 들어갈 수 있던데요?” 석유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명빈 씨는 길거리 음식 안 먹어봤어요?” 말투에 은근한 핀잔이 섞여 있자 명빈은 곧바로 말했다. “왜요? 저도 먹어봤거든요? 근데 우리 오늘 산도 탔잖아요. 국수 한 그릇으론 배 안 찰 것 같아서요.” 석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네요.” 그러더니 바로 사장을 불렀다. “다른 테이블에서 시킨 거 전부 하나씩 주세요.” 사장은 깜짝 놀랐다. “전부요? 두 분이 다 못 드실 텐데.” 석유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먹을 수 있어요. 주세요.” 사장은 다시 주방 쪽으로 들어갔고 명빈은 완전히 포기한 얼굴이 됐다. 먼저 나온 건 국수 두 그릇이었다. 명빈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젓가락을 들자마자 크게 한입 먹고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맛있는데요?” 석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조용히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계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연근, 장조림, 육전, 누룽지, 삼계탕, 동그랑땡, 거기에 꽤 사이즈가 있는 소고기국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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