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69화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백나라는 후회막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전에 네가 조리스에 대해 했던 말 전부 맞더라. 그런데 그때의 나는 네 말을 조금도 새겨듣지 않았어.”
“네가 외할머니 유산을 내가 가져가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거든.”
“아마 조리스가 너무 완벽하게 위장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사람이 왜 나한테 접근했는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
“이제는 명빈 씨도 원망하지 않아. 두 사람이 나를 생각해서 애쓰지 않았다면 N국에서 납치당한 사람은 나였을 테니까.”
백나라의 목소리에는 깊은 상실감이 묻어 있었다.
“정말 몰랐어. 나한테 그렇게 잘해 준 사람이 사실은 작정하고 내 돈을 빼앗으려 했다는걸.”
석유는 맑은 눈으로 백나라를 바라봤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몇 번이나 겪어야 교훈을 얻을 거예요?”
백나라는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사람과 감정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어.”
석유가 말했다.
“외할머니는 진작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유산을 매달 나눠 받게 한 거예요. 외할머니는 엄마를 보호하려고 하신 거니까 그 마음을 이해해야 해요.”
백나라는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얼굴을 숙였다.
이 순간, 고개를 푹 숙인 채 석유의 훈계를 듣는 모습은 전혀 엄마 같지 않았다.
반백살 여자가 마땅히 갖춰야 할 성숙함과 지혜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백나라는 다시 말했다.
“네 아빠도 내가 강성에 온 걸 알아. 어젯밤에 전화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를 찾아도 된다고 했어.”
“하지만 난 찾아가지 않을 거야. 이제 여자친구도 생겼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백나라는 고개를 들어 죄책감 어린 눈으로 석유를 바라봤다.
“너한테도 다시는 폐 끼치지 않을게.”
석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백나라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예전에는 네가 정말 실망스러웠어. 네 아빠처럼 타고나길 정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일과 돈 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네가 네 아빠처럼 이성적이고 냉정해서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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