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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9화

새벽 무렵, 석유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석유를 끌어안았다. 익숙한 기척을 맡은 석유는 본능적으로 몸의 긴장을 풀었지만 잠에 깊이 빠졌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좀 떨어져요. 온몸에서 술 냄새나요.” 명빈은 석유의 귓가에 바짝 붙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양치도 하고 샤워도 했는데요?” 말을 마친 명빈은 일부러 팔을 들어 냄새까지 맡아 봤다. 석유는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술 냄새가 이미 뼛속까지 배었는데 겉만 씻어서 뭐해요?” 그 말에 명빈이 피식 웃었다. “지금 말하는 게 정말 술 냄새 맞아요? 여자들이 있긴 했지만 난 가까이 가지도 않았어요. 그 여자들이 따라 준 술도 안 마셨고요.” 말하면서 명빈의 손은 얌전히 있지 못하고 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석유는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돌려 명빈의 손을 붙잡고는 남자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나직이 말했다. “잘 거면 얌전히 자요. 나 졸려요.” 순간 명빈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두 팔과 다리로 석유를 꼭 끌어안고 야릇한 생각을 거둔 채 부드럽게 달랬다. “알겠어요. 자요.” 희현 같은 하찮은 인물을 마음에 담아 둘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 명빈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고 있으니 모든 것이 평안했다. 그렇게 밤새 좋은 꿈을 꾸었다. ... 다음 날, 페르난도와 명빈은 오전 열 시에 만나기로 약속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약속 시간까지 아직 삼십 분이나 남았을 무렵, 페르난도가 명빈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제시간에 약속 장소로 갈 수 없으며, 만나는 시간은 나중에 다시 정하자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은 명빈은 비서에게 페르난도가 오전에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명빈에게 보고했다. 페르난도는 아침에 손래영과 만났다. 래영은 페르난도를 데리고 강성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러다 9시쯤 래영이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고 했고, 페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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