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62화
시내.
하연은 전화받자마자 재빨리 컴퓨터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일부 문서를 파쇄한 뒤 자신의 짐을 챙겼다.
심지어 김하운에게 휴가를 말하지도 않은 채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아래층에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고, 하연은 계속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했다.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인사를 건네자 하연은 고개를 돌려 평소처럼 순박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김 부사장님 심부름 좀 다녀오려고요.”
동료가 멀어지고 나서야 하연의 얼굴은 다시 무의식적으로 굳어졌다.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오늘따라 엘리베이터는 유난히 더디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하연은 시계를 두 번이나 더 확인한 뒤에야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를 들었다.
곧 하연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다리를 들어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근무 시간에 어디 가는 거예요?”
석유가 하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연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반가운 듯 웃으며 말했다.
“부사장님, 언제 오셨어요?”
“하연 씨 보러 왔어요.”
석유의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눈빛 역시 늘 그랬듯 차분하고 냉정했다.
어떤 감정도, 희로애락도, 속마음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그러자 하연은 기쁜 듯 말했다.
“부사장님께서 저 보러 일부러 회사까지 오신 거예요?”
“지나가다 들른 게 아니라 일부러 왔어요.”
석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며 하연을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하연 씨도 같이 도망가려는 건 아닌지 보러 왔어요.”
하연의 표정이 굳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망이요? 부사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왜 도망을 가요?”
석유의 맑은 눈빛이 차갑게 빛났고 여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화 못 받았어요? 그러면 어디 한번 맞혀볼까요? 하연 씨는 정체가 드러난 게 아니죠.”
“하연 씨가 받은 전화는 움직이지 말고 계속 이 회사에 잠입해 있으라는 내용이었겠죠.”
“하지만.”
석유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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