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08화
명경은 염주를 손목에 끼고 유청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가 바뀌면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온성에서 다시 ML국으로 돌아왔을 때, 명경은 유청을 보자마자 확연한 상실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런 데로 돌아와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해서 기분이 안 좋은 거냐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나 유청은 고개를 저었고 눈빛은 더는 반짝이지 않고 빛을 잃은 눈빛이었다.
이윽고 유청은 하나 둘 털어놓았다.
엄마가 꾸며 준 방은 새어머니의 딸이 쓰고 있었고, 엄마가 준비해 준 침대며 인형이며 동화책은 전부 버려졌다고.
세 살 때 엄마가 사 준 D사 인형은 유청이 늘 보물처럼 여기던 것이었는데, 그마저 뒷마당 개집에 던져져 사나운 개에게 물어뜯겨 형체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유청은 명경 앞에서 처음으로 그렇게 서럽고 억울하게 울었다.
“올 때 미키도 데려와야 했는데 아무것도 못 가져오게 했어요.”
명경은 마음이 아파 유청을 품에 끌어안고 달랬다.
나중에 자기가 큰 집을 지어서 예쁜 공주방을 꾸며 주고, D사 인형도 아주 아주 많이 사 주겠다고.
유청이 고개를 들었고 눈물 어린 눈 속에 증오와 단단함이 숨어 있었다.
곧 유청은 마음속 깊은 곳의 비밀을 명경에게 털어놓았다.
“저는 복수도 해야 해요. 우리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저는 알아요!”
명경의 눈매는 늠름하고 준수했다.
그래서 손을 들어 유청의 눈가를 쓸었다.
“그래, 네가 뭘 하려고 하든 오빠가 도와줄게!”
그 후로 명경은 유청에게 호신술을 가르쳤다.
도우미가 때리려 들어도 유청은 차츰 손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명경은 공부도 봐 주었고, 여러 환경에서의 생존 기술도 가르쳤다.
살아남기 위해 유청은 예민하고 의심이 많았으며 경계심이 극도로 강했다.
오직 명경 앞에서만 진짜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명경은 어둡고 외롭고 버려진 세월 속에서 유청에게 주어진 유일한 빛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위로하며 1년을 보냈다.
그리고 1년 뒤, 명경이 갑자기 사라졌다.
처음에는 임무를 나갔으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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