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0화
설날 전 마지막 저녁밥이 풍성하게 식탁 위에 차려져 있다. 깨끗하고 넓은 창문은 고풍스러운 방을 한결 더 돋보이게 했다. 방에는 은은한 홍매화 향기와 백단향이 서로 어우러져 그 향기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곧, 이 은은한 향기는 음식의 향기로 가려졌다.
오 씨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점심부터 지금까지 장장 여섯 시간 동안 끓였으니 어르신께서도 어서 드셔보십시오.”
강씨 노인은 천천히 음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아가씨께서 안에 있는 햄과 죽순을 좋아해서 제가 먼저 한 그릇 떠드리고 오겠습니다.”
강씨 노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회색 솜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걔는 내버려 둬,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강씨 노인의 말에 오 씨는 피식 웃었다.
“아가씨께서 이 집에서 함께 설을 몇 년 보내지도 못하셨는데 저라도 아이 취급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아이요? 무슨 아이요?”
소희는 강씨 노인에게 따뜻하게 데운 술을 들고 와서 물었다.
“너 말이야, 너. 어째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어린애 같은지 참…”
강씨 노인은 허허 웃었다.
“오히려 좋은 거 아니에요?”
소희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네. 맞아요. 저랑 어르신은 아가씨가 항상 이렇게 아이 같기를 바란답니다.”
오 씨는 햄과 죽순이 가득 담긴 그릇을 그녀에게 주었다.
“맛있어요.”
음식이 거의 다 나오자 소희가 오 씨를 불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여기 앉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가씨와 어르신께서 천천히 담소를 나누시면서 드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저를 부르시고요.”
오 씨는 상냥하게 웃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 집에 외부인은 없어요. 그러니까 같이 설을 보내요.”
“우리 가문에서 평생을 지냈으면서 아직도 우리를 남으로 생각하는 거야? 소희 말 들어, 빨리 앉아서 같이 먹게나.”
강씨 노인의 말에 오 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르신…”
“내 말 들어, 빨리 앉아.”
강씨 노인은 오 씨에게 술잔을 가져다주었다.
“네.”
오 씨는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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