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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당신과 이현의 사이에 대해 난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내가 말했듯이 우리는 이미 헤어졌고, 헤어진 그 순간부터 난 당신한테 마음 접었어." 임구택의 말허리를 차갑게 끊어버린 소희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리고 그런 소희의 대답과 눈빛에 임구택이 순간 멍해졌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통증이 조금씩 만연되기 시작하더니 곧 모든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소희를 쳐다보다가 임구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랑이 멈추고 싶을 때 바로 멈출 수 있는 거라면 네가 나를 전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설명하겠지." "아마도." 소희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임구택의 미간에 순간 서늘한 기운이 묻어났다. 그의 두 눈은 여전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주시하고 있었다. "맞아. 넌 단 한 번도 내가 널 사랑한 만큼 날 사랑한 적이 없었어. 심지어 우리가 함께 있을 때에도 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매번 헤어질 때마다 나만 아쉬워하고 그리워했고, 넌 항상 평온하고 덤덤했지. 설령 내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고. 왜서인지 알아? 당신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난 당신이 표현에 서툴러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나 자신을 설득했었어. 넌 단지 밀실에서 나와 생사를 겪었기 때문에 소씨 가문이 제기한 통혼을 받아들였고, 또 호기심으로 나에게 접근했을 뿐인데. 그리고 당신은 어릴 적에 겪었던 일 때문에 극도로 안정감이 결핍해 매사에 목적을 달았고 누구에게나 경각심을 높였지. 그래서 한 번도 나에게 당신의 신분을 고백한 적이 없었고, 또 한 번도 우리의 사랑에 진심을 다 한적이 없었어. 넌 그렇게 항상 퇴로를 남겼으니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만 내뱉고 바로 빠질 수 있었던 거겠지." 임구택의 말을 듣고 있던 소희의 긴 속눈썹이 심하게 한 번 떨렸다. 그러다 천천히 아래로 늘어뜨린 채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더니 유유히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이 맞아. 지금까지 난 내가 이미 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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