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장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표정하게 장민지를 바라보았다.
“뭐죠?”
“이 보고서, 아영 씨가 대표님한테 가져다줘요.”
장민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보고서를 내 책상 위에 던졌다. 나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민지 씨가 직접 가져가요. 저도 할 일이 있어요.”
“뭐라고요?”
장민지는 금세 화를 내며 소리쳤다.
“허드렛일이나 하는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보고서 하나 전달 못 해요? 회사 월급 받으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자료부터 전달해요.”
조금 전 나에게 일을 시켰던 비서가 명령하듯 말했다.
“도표는 내가 할 테니 이리 주고요.”
“맞아요, 우리가 시키는 일을 하라고 온 주제에 어디서 일을 가려요.”
나는 속으로 냉소가 일었다.
다들 하지훈이 화가 잔뜩 난 상태라며 그에게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그렇게 일은 아주 당연히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끝까지 보고서를 장민지에게 밀어주며 차갑게 말했다.
“민지 씨가 직접 가져가요.”
장민지는 눈을 부릅뜨고 화를 냈다.
“내가 시키는 일 안 하겠다는 거예요?”
“네.”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대답했다.
이때 대표실 비서가 서류를 재촉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대표님이 재촉하니까 빨리 보고서 가져가요. 왜 이렇게 느린 거예요?”
장민지는 급해진 나머지 내 어깨를 잡아 세우며 협박조로 말했다.
“내 말 안 들으면 골로 갈 줄 알아요!”
나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인가 싶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치우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무서우면 청하 씨한테 부탁하지 그래요? 청하 씨라면 없는 화도 잠재울 텐데요. 괜히 제가 갔다가 화면 돋우면 더 큰 문제 아니에요?”
“청하 씨가 회사에 있었다면 부탁하지도 않았어요!”
“맞아요, 청하 씨는 특별하니까요. 회사에 오고 싶은 시간에만 온대요. 보통은 우리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와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훈이 고청하를 특별하게 여긴다는 건 알았지만, 어젯밤 그가 나에게 했던 모욕이 다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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