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장
“역겨워서 토 나올 것 같으니까 이 음식들은 청하 씨가 가져가서 드세요. 두 분이 식사하는데 제가 바로 그 앞에서 토하면 안 되잖아요?”
장민지는 나의 행동에 충격을 금치 못했고 통통한 얼굴에 감탄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고청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서러운 척 눈물을 글썽였다.
“저는 그냥 아영 씨가 불쌍해서...”
“전 불쌍하게 생각해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요? 사람 배려하는척하면서 위선 떠는 게 역겹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도아영.”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훈의 경고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가 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고작 말 한 마디했다고 이렇게 걱정하는 거야? 애틋한 커플 납셨다.’
‘나는 반격도 못하고 괴롭힘만 받아야 한다는 뜻이네?’
그들을 상대하기 귀찮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너무 답답해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장민지를 끌고 밖으로 나온 순간에도 억울한 듯 울먹이는 고청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나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신경 써준 건데 아영 씨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하지훈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싸늘하고 음산한 시선이 여전히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심란한 기분에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빠져나와 발을 걷어찼다.
장민지는 나를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도 청하 씨가 하는 말들이 듣기 불쾌해요.”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민지 씨도 느껴졌어요?”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알지 않을까요?”
장민지는 말을 이었다.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도도하게 말하는 것 좀 봐요. 걱정해 주는 척 음식을 건네줬지만 누가 봐도 아영 씨를 비웃으려고 굴욕주는 거잖아요.”
제3자인 장민지도 눈치챘는데 당사자인 하지훈은 귀머거리처럼 여전히 고청하의 편을 들었다.
하지훈은 고청하의 사악한 의도를 모르는 게 아니라 그냥 고청하의 기를 세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또다시 씁쓸함이 밀려왔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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