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장

하지훈의 깊은 눈동자에는 싸늘한 한기와 한 맺힌 원한이 서려 있었다. 내가 3년 동안 그에게 가한 굴욕과 괴롭힘에 대해 몹시 원망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강재민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사실 내가 지금처럼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하지훈과 엄청난 신분 차이가 있으니 그의 앞에서는 화를 자제하는 게 맞다. 나는 최선을 다해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럴리가. 넌 이제 내 상사잖아. 내가 월급 받는 사람인데 어떻게 널 죽이려는 그런 음흉한 생각을 하겠어.” “그래?” 하지훈은 마치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흥미롭게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속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너처럼 대단한 대표님이 한밤중에 다른 사람 집문을 따고 들어온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 “문을 땄다고?” 하지훈은 나를 쳐다보며 비웃었다. “키가 아예 문에 꽂혀있던데?” “뭐라고?” 나는 그 말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설마 들어올 때 키를 안 뽑은 거야?’ 하지훈은 내 손을 들어 올리더니 부적 키링이 걸린 키를 손바닥에 놓고선 가볍게 웃었다. “왜 안 뽑았어? 누가 일부러 들어오길 기다렸던 거야? 네가 이렇게 개방적인 사람인지 몰랐네?” 마지막 말은 모욕감을 느끼라고 내뱉은 게 틀림없다. 나는 단번에 하지훈을 밀어내고 키를 움켜쥐었다. “뽑는 걸 깜빡했나 봐.” “깜빡했다고? 도아영,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길래 키 뽑는 걸 깜빡해?” 하지훈은 화난 목소리로 말하며 다가왔다. “방금 술 취한 남자가 들어오려고 문 앞에 서있더라. 내가 오늘 안 왔으면 너 어쩌려고 그래. 만에 하나 그 주정뱅이가 들어오면 넌...” 그는 말끝을 흐리더니 증오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키를 손에 꾹 쥔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 키를 안 뽑고 집으로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하지훈이 제때 도착해서 망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