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강도윤의 시선은 그 편지봉투에 꽂혔다.
봉투는 평범했고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는 손을 떨며 거의 빼앗듯 봉투를 받아서 들었다.
손끝이 종이에 닿는 순간, 마치 그녀의 희미한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거의 경건함에 가까운 태도로 봉투를 뜯었다. 안에는 얇은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민세희의 익숙하지만 힘이 빠진 글씨가 적혀 있었다.
편지는 짧았다.
몇 줄 되지 않는 문장들은 흐릿하게 번져 있었고 벌겋게 달궈진 인두처럼 강도윤의 손가락 끝을 떨리게 할 만큼 뜨거웠다.
[강도윤에게: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고 알아서 물러날게. 너와 나 사이는 여기까지야. 너를 사랑했던 일은 굳이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지. 사랑했지만 그것도 다 지난 일이야. 민소정과 오래오래 행복하길 빌게. 그러니 내 묘비에 ‘강도윤의 아내’라고 남기지 마. 보기 거슬려. 민세희가.]
강도윤의 시선은 ‘사랑했다’라는 글자에 꽂혔고 눈가는 순식간에 붉어지며 핏발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함께 침대에서 뒤엉켜 웃던 순간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결혼식까지, 모든 기억이 폭풍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때의 그는 복수를 눈앞에 둔 흥분보다 그녀를 완전히 자신의 날개 아래 가두고 정당하게 소유하려는 은밀한 욕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 앞에는 소비하고 낭비해도 될 만큼의 시간이 끝없이 남아 있다고 믿었다.
그녀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고 언젠가는 그녀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 고집스러운 입술로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하게 될 날을 계산하며 미래를 치밀하게 설계했다.
하지만 그는 ‘끝’을 계산하지 못했다.
그가 기약한 미래는 이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온 힘을 다해 계략을 꾸몄고 결국 영원한 이별을 맞게 되었다.
그가 한때 꿈처럼 바라던 그녀의 사랑 고백을 이토록 잔인한 방식으로 듣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넘쳐흐르던 순간에 내뱉은 말도 아니었고 그가 억지로 요구해 간신히 끌어낸 말도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게 식은 유서 위에 적힌 과거형이었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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