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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민소정의 무심한 말을 들은 강도윤의 표정은 잠시 굳어졌다. 그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정말로 그 말을 믿어버린 듯했다. 심지어 손님들과 굳어버린 민소정을 그대로 두고 민세희를 데리고 병원까지 왔다. 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다. “임신이 맞습니다. 4주 정도 되셨습니다.” 의사는 보고서를 확인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했다. 민세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었고 귓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4주 전이라면 바로 결혼식을 앞두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였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쓸어내렸다. 아직 평평한 배였지만 어딘가 생명의 기척 같은 감각이 스쳤다. 강도윤의 반응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그는 초음파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고 금방이라도 환희를 터뜨릴 듯했다. 민세희는 그의 옆모습과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다 문득 어머니가 남겨준 작은 고양이를 떠올렸다. 어렸던 그녀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던 그 고양이는 결국 늙고 쇠약해졌고 그녀는 울며 살리고 싶어 했지만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무 늙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작은 생명이 눈앞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을 그녀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력감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큼 컸다.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어떤 것도 붙잡아 둘 수 없었다. 그때 말없이 따라오던 강도윤이 서툰 동작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가씨, 어떤 생명은 잠시 우리 곁에 머물다 떠나는 것뿐입니다. 억지로 붙잡아 둘 순 없어요.” 그의 말처럼 억지로 붙잡아 둘 수 없었다. 그 고양이도, 잘못된 시기에 찾아온 아이도, 그리고 그녀 자신도. 붙잡을 수 없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 “지워 주세요.” 민세희는 고개를 들었고 망설임은 없었다. “저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요.” 짧은 말들은 차갑게 떨어졌다. 강도윤은 머리를 홱 돌리며 이를 악문 채 물었다. “뭐라고?” “원하지 않는다고.” 민세희는 그를 집어삼킬 듯한 시선도 정면으로 받아냈다. “강 대표님은 사람 말도 못 알아듣나?” 순간 강도윤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고 거의 뼈가 부서질 만큼 힘을 줬다. “민세희! 우리 아이야!” 민세희는 아파서 미간을 좁히면서도 웃음을 흘렸다. “강도윤, 네가 우리 아빠를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결혼식에서 나를 어떻게 모욕했는지 잊었어? 나는 네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역겨워.” 옆에서 듣고 있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사모님 현재 상태는...” “됐어요!” 민세희는 말을 끊고 고개를 돌리며 강도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 새 애인 생겼잖아? 내 배는 왜 쳐다봐. 착한 사촌여동생한테나 부탁해. 자손이 번성하길 진심으로 빌어줄 테니까.” “너...” 강도윤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긴 침묵 끝에 이를 갈 듯한 얼굴로 한 글자씩 짜내듯 말했다. “이 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넌 낳아야 해. 네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그는 더 이상 그녀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사모님을 아파트로 데려가. 다시는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 민세희는 다시 금빛 새장에 갇혔다. 문 앞에는 빈틈없이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고 그녀는 각종 보양식과 영양사들 사이에 둘러싸였다. 아이의 존재는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생명력을 빠르게 소모시켰다. 먹는 것마다 토했고 몸은 눈에 띄게 야위어갔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생명이 말라가는 듯한 감각은 직접적인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죽고 싶었지만 이렇게 천천히 쇠약해지는 방식의 죽음은 더 원치 않았다. 간신히 강도윤이 회사에 간 틈을 타 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민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 언니?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했어?” 민세희는 쓸데없는 말할 힘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강도윤이 회사로 갔어. 민소정, 기회는 딱 한 번뿐이야. 낙태약을 어떻게든 나한테 넣어 줘. 강도윤을 가지려면 이 정도 담력은 있겠지?” 전화를 끊은 그녀는 휴대폰을 내던지고 무표정하게 숨을 내쉬었다. 창가로 걸어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한때는 밝고 당당했지만 지금은 죽음만 남아 있는 듯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이 아이를 낳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이 아이는 그녀와 강도윤의 아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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