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5화
"할아버지 차례래요.”
나영재가 얇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나씨 어르신이 그를 노려보았다.
‘눈치 없기는!’
‘기회를 마련해 줘도 잡을 줄 모르다니. 이러니 혼자지.’
나영재는 그 뜻을 알아차렸다. 김 집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으나 바둑을 두는 두 사람을 방해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본 그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 집사에게 다가갔다.
이미 주스를 다 짰다는 것을 알게 된 나영재가 주방으로 주스를 가지러 들어갔다.
조금 뒤, 그가 주스 몇 잔을 들고 와서 일일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주스야."
"고마워."
안소희는 나영재를 정말 낯선 사람처럼 대했다.
바둑돌을 한 점 둔 나씨 어르신이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나영재에게 한바탕 설교했다.
"그냥 ‘주스야’라고 한 마디 하면 끝이야? 다른 말을 할 줄은 몰라?"
나영재는 할 말이 없었다.
"이건 네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된 영재가 특별히 주방에 부탁한 거야.”
두 사람 사이가 조금 좋아지기를 바랐던 나씨 어르신이 끝까지 나영재를 도왔다.
"어느 것이 입맛에 맞는지 어디 한 번 먹어 봐. 이따가 이 애더러 다시 가서 짜 오라고 하게.”
안소희는 그 말에 흠칫했다.
맛있어 보는 여러 종류의 주스를 한 번 훑어본 그녀가 결국 한마디 했다.
"이렇게 번거로울 필요 없어요. 저는 더운물을 마시면 돼요."
"어떻게 네게 더운물을 대접할 수 있겠어? 이 녀석이 예전에 네게 잘못한 일이 많으니, 이참에 실컷 부려 먹어.”
나씨 어르신은 아예 대놓고 말했다.
"너, 화풀이하고 싶지 않아?"
안소희는 바둑 한 판을 두는데 이렇듯 머리를 쥐어 짜가며 두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씨 어르신의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안소희가 진지한 얼굴로 화제를 돌려 말했다.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이라. 할아버지가 기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 말을 듣게 된 나씨 어르신은 나영재가 더욱 마음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