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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장

“할아버지, 언니한테 그러지 마세요.” 문서현은 아주 착한 말투로 말했다. “언니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거예요.” 그 말은 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안 어르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안소희는 전에 없던 진지한 말투로 차갑게 문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나한테 여동생 하나를 낳아주셨는데 걔 이름이 안연희야, 그러니까 서현 씨 앞으로 잘못 부르지 마.” 문서현은 잠시 멈칫했다. 안소희가 할아버지 앞에서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 못 했다. “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안 어르신은 순간 인상을 쓰면서 진지해졌다. 안소희가 답했다. “말 그대로예요.” “네가 언제 결혼했어? 누구랑 결혼했어?” 안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에 언짢음이 가득해서 물었다. “내가 왜 몰라!” 안소희는 문서현을 쳐다보았다. 안소희가 이혼한 사실을 아빠가 문서현에게 말했을 리가 없다. 지난번에 다투면서 했던 대화에서 문서현은 기껏해야 안소희와 나영재가 사귀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이혼했다는 사실은 절대 알 리가 없었다. “서현이를 왜 봐?” 안 어르신은 분노를 가득 담아 손으로 책상을 치더니 씩씩거리며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물어보잖아.” “이 년 전에 했어요.” 안소희는 이 일에 대해 더 말고 싶지 않았다. “결혼식을 하지 않아서 말 안 했어요.” 너무 황당한 일인 걸 알지만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더군다나 안소희가 말했다면 더 복잡한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너랑 결혼한 사람이 누구야?” 안 어르신은 그것만 궁금했다. 안소희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예 말도 꺼내지 싶지 않았다. “이미 이혼했으니 누구였던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안소희는 더 싸우고 싶지 않아 말을 돌렸다. “할아버지, 다른 일 없으시면 회사에 가 볼게요, 일이 많아서.” 문서현이 여기에 있는 한 오늘 어떤 말을 해도 싸움이 날 게 불 보듯 뻔했다. 다른 일이 없으면 더 있고 싶지도 않았다. “네가 컸다고 마음대로 해도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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