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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장

그 말에 나영재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새 나기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불안함이 더해졌다. 마치 이 말이 아버지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보지 마.” 나기훈은 여전히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네 기억을 지우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야 내 와이프가 너를 덜 걱정할 거야.” “제 기억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나영재는 딱 한 마디 말만 했다. “당연히 지울 수 없지. 내가 의사도 아니고.” 나기훈은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심서는 지울 수 있어.” 그 말에 나영재의 눈빛에는 약간의 복잡한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순간, 그는 아버지가 농담을 하는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한 달만 시간을 주시면 제가 잘 조절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영재는 한 발 양보하며 천천히 말했다. “한 달 뒤 직접 가서 건강검진을 해. 그런 다음 건강검진 결과를 우리한테 보여주고.” 나기훈이 말했다. 어느새 그의 두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담겨져있었다. “만약 모든 것이 정상이라면, 우리는 너를 상관하지 않을 거야.” “…” 나영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그는 그저 두 사람 앞에서 괜찮은 척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못하겠어?” 나기훈이 물었다. “이런 일은 누구도 순순히 알겠다고 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나영재는 다른 방식으로 말했다. 그 역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전 두 분께 앞으로 잘 자고 잘 먹을 것이라고 장담을 드릴 수 있습니다.” 나 여사는 여전히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어째도 자기 자식이기 때문이다. 20여 년을 건강하게 지내다가 몇 개월 만에 건강을 해치다니… 부모라면 누구나 초조해하고 걱정할 것이다. “네 마음속의 풀지 못하는 매듭은 뭐야? 과거의 잘못된 일이야 아니면 안소희를 다시 되찾고 싶은 거야?” 나 여사는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나영재를 더욱 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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