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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당황한 기색을 잘 내비치지 않았던 차동연은 하재은의 말에 다급히 말했다. “우리 아빠 저 삼촌보다 훨씬 더 키 크고 멋있어. 돈도 저 삼촌보다 더 많아. 내 생각엔 우리 아빠가 이모랑 더 잘 어울릴 거 같아.” 하재은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흥. 소현 삼촌이 성격은 더 좋거든! 집안일도 할 줄 알고. 우리 엄마가 아까도 소현 삼촌 칭찬해 주고 있었어. 엄마는 오빠네 아빠 별로 안 좋아할걸? 아저씨가 엄마 힘들게 했었던 거 나 다 기억하거든!” 차동연은 하재은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재은의 말대로 차동연 역시 고소현의 장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지안이모가 다른 사람과 만난다는 건 어린 마음에 용납이 안 됐다. 한편, 하재은이 다녀간 주방에는 어색한 기류가 맴돌았다. 고소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하재은이 손에 쥐여준 장미꽃을 하지안에게 슬며시 주었다. “꽃은 미인이 갖고 있어야 제일 이쁘다고 했어요.” 하지안은 어떻게 이 고백을 에둘러 거절할지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마침,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하지안은 재빨리 현관으로 향했다. “누가 왔나 봐요. 가서 문 열어주고 올게요.” 하지안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방을 벗어났다. 고소현은 황급히 돌아서는 하지안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에 상실감이 들었다. 그저 손에 들고 있던 장미꽃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애써 괜찮다는 듯 자신을 위로했다. 4년이나 마음에 두었던 감정이었으니 지금, 이 순간에 갑자기 조급해할 것 없다고 말이다. ‘그래. 사전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고백부터 했으니 놀랬을 수 있어. 분위기도 타이밍도 오늘은 좀 그랬어. 급해 말고 조금만 천천히 다가가자.’ 하지안은 한숨 돌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차건우가 서 있었다. 하지안은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멈칫거렸다. “동연이 데리러 왔어요?” “응.” “들어와요. 근데 동연이 아직 밥을 못 먹었어요. 지금 재은이랑 방에서 숙제하고 있어요. 건우 씨도 아직 안 먹었으면 우리랑 같이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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