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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얇은 입술에 닿은 부드러운 촉감과 눈앞에 아른거리는 하지안의 뽀얗고 맑은 얼굴을 보자 차건우는 눈빛이 깊게 가라앉으며 목젖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그녀가 입술에 바른 게 뭔지는 모르지만 유난히 부드럽고 달콤했고 차건우는 순간적으로 몸이 긴장 때문에 굳어졌다. 주변에서 터져 나온 장난스러운 야유 소리를 듣고서야 하지안은 정신을 차렸다.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한 그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황급히 차건우를 밀어냈다. ‘이게 뭐야... 너무 창피해!’ 두 볼이 붉게 물든 그녀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민망했고 감히 차건우의 표정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차건우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한문호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냈고 한문호는 두어 번 헛기침하며 얼버무렸다. “실수예요. 손이 미끄러워서 그만... 이미 늦었으니 저는 먼저 가볼게요.” 한문호는 문 쪽까지 갔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뒤돌아 차건우를 향해 말했다. “참, 선물 하나 보냈어요. 벌써 차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을 테니 돌아가면 확인해요.” 한문호는 말을 마치자 도망치듯 자리를 떴고 마음껏 장난을 치진 못했지만 차건우의 성격상 그 정도라도 받아준 것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남강우도 차건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다음에 또 보자. 그럼 안녕.”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차 안에는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가 흘렀다. 아까 방 안에서의 입맞춤이 떠올라 하지안은 두 볼이 여전히 화끈거렸고 머릿속은 부끄러움으로 가득 찼고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지를 않았다. 하지안은 몰래 두 번 심호흡하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리고 아까 차건우가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준 일이 생각나서 마침내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차건우는 몸을 의자에 깊숙이 기대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봤다. “성의가 없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하지안은 입술을 꼭 다물고는 말했다. “그럼 빌린 걸로 해요. 제가 월급 타면 갚을게요.” “네 마음대로 해.” 짧게 내뱉은 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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