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화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진 얼굴로 조민아를 바라봤다. “너... 이 불효막심한 것!” 이란희가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앞으로 나섰다. “민아야, 말로 하면 되잖니. 아버지 화나시게 하지 말고….” “여기서 당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요!” 조민아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남의 가정 깨고 들어와 자리 꿰찬 주제에, 한때 배우 놀이나 하던 사람이 내 앞에서 감히 손가락질해요?” 이란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하얗게 질렸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가가 붉어져 조성우를 바라봤다. 조성우는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났지만, 조민아가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걸 박살 낼 듯한 눈빛인 걸 보자 억지로 분노를 눌렀다. 그리고 손을 휘저어 이란희에게 겁먹은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너 대체 또 뭘 이렇게 난리를 치는 거야?” 조민아는 조성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글자씩 박아 물었다. “아빠가... 그 특효약으로 서윤성을 협박해서, 저랑 결혼시키려고 한 거 맞죠?” 조성우의 시선이 흔들렸다.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인지 아닌지, 아빠가 제일 잘 알잖아요.” 조민아가 한 걸음씩 다가섰다. “조성우 씨, 대답해요. 맞아요, 아니에요?” 조민아가 무너져 내리기 직전이라는 걸 보고서야 조성우는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결국 인정했다. “그래! 맞다, 어쩔래?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조성우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윤성은 능력도 뛰어나고 앞날도 창창해! 그런 사윗감은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구해! 내가 너한테 이렇게 좋은 혼처를 마련해 줬는데, 내가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 너는 내 딸이야. 내가 널 해치겠냐? 서윤성 같은 남자여야 너를 잡아둘 수 있어. 너는 윤성이랑 있어야 행복해!” “행복?” 조민아가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짓말이랑 거래로 만든 결혼을 두고 행복을 말해요? 조성우 씨, 잘 들어요. 나 조민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널렸어요. 남자를 붙잡자고 이런 더러운 수를 쓸 필요가 없어요.” 조민아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조성우의 가면을 단숨에 찢어냈다. “그리고 아빠가 다 저를 위해서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아빠는 그저, 내가 엄마 일로 계속 아빠랑 싸우니까 귀찮아서 빨리 시집 보내고 조용해지고 싶었던 거잖아요.” 조민아의 말이 점점 날이 섰다. “제 눈이 높다는 거 알죠. 웬만한 남자는 내가 쳐다도 안 볼 거라는 것도. 그래서 서윤성을 끌어다 붙여서, 내가 사랑하게 만들고 결혼해서 애까지 낳게 만들면... 내가 가정이 안정됐으니까 이제는 재산 문제로 더는 싸우지 말라고 서윤성이 나를 말리겠죠.” 조민아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몰아붙였다. “그다음엔 아빠가 이 돈을 전부, 아빠가 사랑하는 저 여자랑 저 여자가 낳은 사생아들한테 남기면 되니까. 맞죠?” 속내를 들킨 조성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래도 끝까지 억지를 부렸다. “너...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말도 안 돼요?” 조민아는 웃다가, 결국 눈물이 맺힌 채로 말했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억지로 세웠다. “좋아요. 아빠가 정말 그 생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이제 상관없어요.” 조민아는 차갑게 선언했다. “조씨 가문의 재산, 저는 포기할게요.” 조성우는 잠깐 멍해졌다가, 눈빛 한구석에 스치듯 기쁨이 지나갔다. 조민아는 그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가슴이 바닥으로 꺼졌고 속이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 “대신 조건이 두 가지 있어요.” 조민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첫째, 특효약을 서윤성한테 줘요. 둘째, 아빠가 가진 인맥과 관계 전부 동원해서... 저랑 서윤성이 최대한 빨리 이혼할 수 있게 해요.” 조성우는 아까까지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내다가, 딸이 재산을 포기하겠다고 하자 얼굴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심지어 위선적으로 체면까지 세워 주려 했다. “그래, 강제로 묶어봤자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거지. 이혼하고 싶으면 해라. 아빠는 네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야...” 그러다 조성우의 말투가 확 바뀌었다. “근데 약은 지금 못 줘.” 조성우는 집사에게 종이와 펜을 가져오라고 시키더니, 그 자리에서 합의서를 써서 조민아 앞에 밀어 놓았다. “이혼 서류가 정식으로 처리되면, 너는 얌전히 다시 해외로 나가서 지내. 그리고 다시는 돌아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 조성우는 글씨를 툭툭 두드렸다. “여기에 조씨 가문 재산 상속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한다고 명확히 써. 그러면 특효약을 서윤성에게 줄게.” 조민아는 그 차가운 종이를 내려다보며 속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게 바로 조민아의 아버지였다. 조성우는 딸에 대한 정은 한 점도 없고, 계산뿐인 사람이었다. 조민아는 펜을 잡았다. 손끝이 떨렸지만, 끝내 힘을 주어 한 획 한 획,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이혼은 최대한 빨리요.” 조민아가 펜을 내려놓고 조성우를 차갑게 바라봤다. “그리고... 약 안 주는 게 들키면.” 조민아는 잠깐 멈췄다가, 부서질 듯한 살기로 말을 이어 갔다. “서윤성처럼 저도 원칙 따위 지키지 않아요. 그냥 여기... 터뜨려 버릴 거예요. 아빠도, 저 여자도, 저 아이도... 전부 무사 못 할 거예요.” 조민아는 조성우의 경악한 얼굴을 더는 보지 않았다. 등을 곧게 세우고, 그 구역질 나는 집을 떠났다. 조민아는 서윤성의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곧장 예전에 자주 놀던 로즈 클럽으로 향했다. 사흘 내내 조민아는 로즈 클럽에 붙어 있었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시끄러운 음악에 몸을 던지며 술기운과 소란으로 자신을 마비시키려 했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더 비어 갔고, 더 차가워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구들이 더는 못 보겠다는 듯, 술에 취해 눈빛이 흐릿해진 조민아를 붙잡았다. “민아야, 너 무슨 일 있었어? 대체 왜 그래?” 조민아는 취한 눈으로 친구들을 보다가, 울음도 아닌 웃음을 끌어냈다. “무슨 일은... 늘 그렇지. 놀고, 즐기고...” “근데 너 결혼하고 나서, 이렇게까지 미친 듯이 논 적 없잖아.” 조민아의 친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서 소장님은... 맨날 너한테 붙어 다니면서 잠자리부터 찾던 거 아니야?” 조민아의 웃음이 비틀렸다. “붙어 다닌다고?” 조민아는 속이 찢어질 듯 아팠다. 잔을 들어 독한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매운 술이 목을 태우고, 심장까지 태워 버리는 것 같았다. 조민아는 더는 참지 못하고, 결국 모든 진실을 쏟아냈다. 친구들은 조민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분노로 폭발했다. 서윤성이 눈이 멀었다고 욕했고, 조성우는 인간도 아니라고 퍼부었다. 조민아는 그저 웃었다. 웃음 속에는 쓸쓸함과 자조만 가득했다. “나 조민아는... 예쁘고, 가진 것도 있는데, 내가 왜 마음속에 다른 사람 품은 남자를 붙잡아야 해.” “맞아. 우리 민아는 외모도 집안도 다 갖췄는데! 너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 줄 서 있어! 남성시에서 파리까지 줄 섰다니까! 서윤성이 그걸 모르네!” “그래! 민아 성격에 절대 안 돌아가지. 나중에 서윤성이 무릎 꿇고 빌어도 소용없어!” 조민아는 웃었지만, 눈빛은 비어 있었다. ‘빈다고? 서윤성이 빌 리가 없겠지. 내가 해외로 나가고, 서윤성이 특효약만 손에 넣으면, 한은별을 데리고 살리고 둘이 잘 살겠지. 그러면 서윤성은 오히려 기뻐할 게 뻔할 거고 굳이 나한테 매달릴 이유도 없을 거야.’ 그런 생각에 조민아는 심장이 쿡쿡 찢어지듯 아팠다. 조민아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둘러대고, 혼자 조용히 숨을 고르려 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술 냄새가 진동하는 남자가 앞을 막아섰다. 남자의 손이 조민아의 허리로 파고들었다. “아가씨, 혼자야? 진짜 예쁘네. 오빠랑 춤 한 곡 출래?” 조민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원래 같았으면 바로 박살 냈을 것이다. 그때였다. 듣기만 해도 이가 시릴 만큼 선명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어 남자가 돼지 멱따는 비명처럼 울부짖었다. “으악!” 조민아가 고개를 들었다. 차갑고 잘생긴 남자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바로 서윤성이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