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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경호병들이 곧장 앞으로 나서서 조민아의 친구들을 끌고 나가려 했다. “손대지 마!” 조민아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여긴 내 생일 파티야. 내 자리야! 내 눈앞에서 누가 감히 내 친구들을 건드려?” 경호병은 난처한 얼굴로 머뭇거렸다. “조민아 씨, 명령이라... 저희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조민아는 서윤성이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다가,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친구들을 다시 바라봤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비참함, 그리고 절망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조민아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씩 뱉었다. “그래. 꼭 때려야겠어? 좋아.” 조민아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목소리를 더 단단하게 세웠다. “여긴 내 자리야. 오늘 파티도 내 이름으로 열었어. 무슨 일이든 책임은 내가 질게. 곤장은 전부... 내가 대신 맞을 거야.” “민아야, 안 돼!” 친구들이 울먹이며 조민아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조민아는 친구들의 손을 뿌리치고,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말했다. “다 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잖아. 그러니 내 손으로 끝내는 게 맞아. 너희는 먼저 돌아가.” 조민아가 경호병을 바라봤다. “안내해.” 군부대 징계실 앞 공터에서 곤장이 살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한 대, 또 한 대 울려 퍼졌다. 조민아는 긴 벤치 위에 엎드린 채, 아랫입술을 깨물어 피가 배어 나올 정도였지만 끝내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곤장 80대가 모두 끝났을 때, 조민아의 등부터 허벅지까지는 피투성이가 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감각도 거의 사라져 갔다. “민아 씨...” 매를 내리던 병사들조차 차마 눈을 피할 만큼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조민아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버티며, 떨리는 팔에 힘을 줘 조금씩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지만, 조민아는 끝내 몸을 곧게 세웠다. 눈물범벅이 된 친구들을 향해, 조민아는 힘겹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 괜찮아. 너희는... 먼저 돌아가.” 조민아는 더는 누구도 보지 않고 비틀거리는 걸음을 억지로 옮겨 집으로 돌아갔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등 뒤 상처가 다시 찢기는 것처럼 욱신거려 눈앞이 까맣게 흔들렸다. 집에 들어서자 조민아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거실 카펫 위로 그대로 쓰러졌다. 의사를 부르지도, 도우미를 찾지도 않았다. 조민아는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 숨만 고르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약상자를 찾아냈다. 그리고 혼자서, 아주 조금씩 등 뒤의 끔찍한 상처에 약을 발랐다.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살이 파고드는 듯 아팠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쏟아졌다. 조민아는 수건을 입에 물고 이를 악물 뿐,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그 뒤로 서윤성은 계속 돌아오지 않았다. 조민아는 묻지도 않고 원망할 힘도 없었다. 그저 말없이 상처를 추스르며 짐을 정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민아는 조성우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혼 증명서는 윗선에서 이미 처리가 결재가 떨어졌어. 내일 신문에도 실릴 거고, 남성시 전부가 너의 이혼 소식을 알게 될 거야.” 조성우는 잠깐 뜸을 들이고는,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그날에 약도 서윤성에게 건넬 거야. 이혼 증명서 받으면, 넌 바로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와서 내 일 망치지 말고.” 조민아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조성우의 냉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이미 마비됐다는 걸 깨달았다. 전혀 파문도 일지 않았다. 조민아는 수화기에 대고 차갑게 내뱉었다. “조성우 씨, 진짜 역겹네요.” 조성우가 뭐라고 하기 전에 조민아는 전화를 끊었다. 조민아는 이 작은 저택을 오래, 아주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미리 다 싸둔 캐리어 손잡이를 쥐었다. 미련은 전혀 없었다. 조민아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고,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날 이후, 남성시에서 조민아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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