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8화
그래서 영이는 의사가 되면 다른 아이들이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아이들이 입을 모았다.
“나도 의사가 되고 싶어요. 의사 선생님은 너무 멋져요! 나도 아이들에게 주사를 놔줄래요!”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은 문가영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고 있었다.
마음이 약해진 문가영도 이렇게 답했다.
“그럼 열심히 공부해야 해. 그래야 나중에 의사가 될 수 있어.”
그래도 아직은 어린아이들이라 실망을 감추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의사 아저씨가 분명히 전에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멈칫하던 문가영은 아이들을 달래줄 말을 고르고 골라 이렇게 말했다.
“의사 아저씨는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해야 하니까 아주 바빠. 오늘 아마...”
그녀의 말이 뚝 멎으며 그림자 하나가 위로 드리웠다.
문가영이 고개를 들자 진수빈이 보였다.
병원에서 바로 왔는지 아침에 집을 나설 때와 똑같은 옷을 입고 덤덤한 얼굴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진수빈이 무심하게 말했다.
“회의 끝나고 여기로 왔어.”
문가영은 다소 놀라긴 했지만 기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아이들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특히 의사가 되고 싶다던 아이들은 진수빈 주위로 모여들며 온갖 질문을 쏟아냈다.
진수빈은 시끄러운 게 싫었던 모양 인지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싸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아이들이 앳된 목소리로 의사 아저씨라고 부르자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변함없는 얼굴로 문가영 옆에 앉았고 문가영은 그를 돌아보며 작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진수빈은 그녀가 아닌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가지 장난감을 바라보며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일에 회의가 잡혀서 어쩔 수 없었어. 그래서 회의 끝나고 왔지.”
사실 진수빈은 이곳에 오기를 망설였다. 돌아가서 환자 차트를 보며 더 연구하고 싶었는데 이희성이 계속 옆에서 시끄럽게 노블의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어서 결국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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