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화
진수빈의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고 문가영은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문소운의 말을 떠올리며 어쩌면 병원에서 일을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며칠 동안 부서에서 받았던 차가운 시선도 떠올랐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할 뿐 그 조롱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진수빈이 문소운의 지시를 받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들을 함께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늘 아무렇게나 위에 군림하며 태연하게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그녀가 괴로운 것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문가영은 말이 없었고 파르르 떨리는 가늘고 풍성한 속눈썹만이 그녀의 요동치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지켜보는 진수빈의 어두운 눈동자도 깊게 가라앉았다.
얼마나 웃긴가.
문가영은 자연스럽게 그의 아파트라고 말했다.
거기서 1년 넘게 살다가 어제 막 나갔으면서 벌써 서둘러 선을 긋고 있었다.
진수빈은 문지성 앞에서 자신과 거리를 두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잘생긴 얼굴이 못나게 일그러졌다.
그와 문지성이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 심지어 서로 적대시하는 관계라는 걸 알면서 문가영은 그 앞에서 문지성과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배은망덕하단 게 이런 걸까.
진수빈의 표정이 갈수록 어두워져도 문가영은 만족할 만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여자를 무시한 채 뒤돌아 가버렸다.
문가영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멀어지는 진수빈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속에 꽉 막혀있던 숨을 토해냈다.
...
문소운은 이번에 그녀를 집에 불러들이면서 제법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문가영은 단번에 또다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건네는 그의 수작을 간파했다.
오후에는 전화를 걸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말을 듣지 않으면 다가올 후과에 대해 경고해 놓고 지금은 또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역시나 문가영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문소운이 말했다.
“가영아, 요즘 고생이 많아. 오늘은 특별히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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