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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여민지가 시작부터 그녀를 공격적으로 몰아붙이자 문가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나랑 얘기하기 전에 부모님께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는 건 어때요? 내가 공격적인 건지 그쪽이 너무한 건지 한번 물어봐요.” 문가영의 말투는 차분했다. 애초에 오늘은 여민지와 다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여민지가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사실 문가영과 키가 비슷했지만 늘 구두를 신고 있어 문가영보다 키가 커져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되었다. 그녀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보상과 내 사과를 원한다는 거잖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문가영이 되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는 여민지뿐만 아니라 권동해도 포함되어 있었다. 권동해는 본인이 불쌍한 사람이고 후회한다고 말했지만 정말 선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 문가영을 모욕하지는 않았을 거다. 문가영은 신분이 특별하고 청각 장애까지 있어서 아무리 남의 자리를 가로챘다는 소문이 해결되어도 여전히 믿지 않는 사람은 존재했다. 그들은 단지 문가영의 배후에 권력이 있다고만 생각할 뿐이다. 권동해가 단순히 후회한다는 말 한마디로 그동안의 오랜 노력을 다 보상할 수 있을까? 대체 무슨 근거로? 여민지도 당연히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한층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투도 싸늘해졌다. “우리 아빠는 너 때문에 중환자실에 있어. 문가영, 간호사로서 일말의 동정심도 없니? 억울하게 사이버 폭력을 당한 건 맞지만 똑같은 대가를 치렀어. 게다가 나도 너한테 사과하고 보상해 준다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날카로운 여민지의 눈빛에는 가소롭게 훑어보는 시선과 불쾌함이 담겨 있었다. “문가영,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건 현명한 게 아니야.” 문가영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아무 감정 없는 맑은 눈동자로 여민지를 바라보았다. 전에는 너무 무른 성격이 만만해 보여서 괴롭힘을 당했나 보다. 그녀는 여민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날 찾아와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으면 앞으로 연락하지 마요.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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