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문가영이 나지막이 답했다.
“못 들었을 뿐이에요.”
그녀는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았다.
길고 짙은 속눈썹은 저도 모르게 떨려 왔고 말에 자신감이 없었다.
진수빈은 그녀의 말에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문가영의 턱을 살짝 집어 올리고는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까맣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분히 물었다.
“이유를 말해.”
그의 손에 잡힌 문가영은 밀려오는 통증에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진수빈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진수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냥 이유가 듣고 싶을 뿐이야.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게 싫어서.”
문가영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동안 진수빈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최근 그녀의 상태도 좋지 않아 외출도 드물었기에 만약 지난번처럼 일이 생긴다면 정말 번거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진수빈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지만 문가영은 그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나지막이 답했다.
“예은이가 진북으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밥 먹고 있었어요. 정말 못 들은 것뿐이에요.”
“거짓말.”
진수빈은 솔직히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문가영의 태도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단호히 경고했다.
“일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어. 너 혼자 밖에 나가면 여전히 위험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위험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호가 바뀌었다.
진수빈은 문가영의 턱을 놓고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서 문가영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조수석에 앉아 속눈썹을 떨군 채 사색에 잠겨 있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문가영은 진수빈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오늘 문씨 가문에 갔었죠?”
잠시 멈칫한 진수빈이 담담하게 답했다.
“민지 데려다줬어.”
“권동해 일도 당신이 말했죠.”
그녀의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신에 찬 단정이었다.
문가영은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수빈 씨, 처음부터 내 방식에 반대할 거였다면 왜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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