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화
진수빈은 대답하지 않고 문가영을 바라보았다.
문가영은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
“저 먼저 수간호사님 뵙고 올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곧장 돌아섰다.
여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진수빈은 그녀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가 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았다.
여민지는 그 안의 과자와 인형을 보며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이랑 싸구려 인형을 집에 가져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대?”
진수빈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용건이 뭐야?”
여민지는 숨기지 않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양아버지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으면 해. 수빈 씨도 우리 집 사정 잘 알잖아. 문가영이 이걸 계속 물고 늘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나한테 오게 될 거야. 요즘 병원 일도 많고 수술도 늘어서 정말 지쳤어. 수빈 씨, 나 너무 힘들어.”
여민지는 이 말을 하면서도 약간 비참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이렇게 낮은 자세를 보인 적이 없는데 문가영한테 몰려 이렇게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진수빈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가영이가 동의하지 않을 거야.”
“수빈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 애도 어쩔 수 없잖아.”
여민지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걸 느끼고 곧바로 덧붙였다.
“굳이 법정까지 끌고 갈 필요 없잖아. 우리끼리 조용히 해결할 수 있어. 수빈 씨도 내 양부모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잖아. 그리고 권승재, 그 애 상태도... 만약 우리 양부모님 둘 다 문제가 생기면 그 애는 누가 돌보겠어?”
사실 여민지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진수빈이었다.
그리고 여민지 역시 진수빈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문소운이나 구혜림조차도 잘 모르는 여민지 집안 사정을 진수빈은 훨씬 더 깊이 알고 있었다.
여민지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나도 더 이상 방법이 없어서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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