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5화

진수빈의 목소리는 무겁기만 했고, 몸 전체가 문가영에게 기대고 있었다. 복도 조명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문가영은 그의 품에 갇혀 그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이때 그녀가 불편한 듯 꿈틀거리며 말했다. “수빈 씨, 이러는 거 불편해요. 이거 놔요.” 진수빈은 멈칫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를 풀어주었다. 문가영은 바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요. 제 몸에 손대지 말고요.” 진수빈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파도가 일렁이는 고요한 수면과도 같았다. 벽 구석에 서 있는 그는 꼿꼿하게 서 있던 평소와는 달리 풀이 죽어있었다. 문가영은 불빛이 아무리 어두워도 이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심지어 자기가 잘못 본 줄 알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기는 복도라서 뭐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문가영은 진수빈을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들어가자마자 또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진수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문가영도 뭐라고 먼저 묻기 어려워 저녁밥을 준비했다. 두 사람은 밥 먹는 내내 아무런 말도 없었다. 밥 다 먹고 문가영이 주방을 정리하려 하는데 진수빈이 먼저 그릇과 젓가락을 빼앗아 가서 굳이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가 저녁밥을 준비했는데 설거지 정도는 하고싶은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사실 문가영은 진수빈의 이상한 기색을 알아챘지만 일부러 묻지 않았다. 어떤 일들은 먼저 묻는 것조차 지겨웠다. 진수빈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결국엔 똑같았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어서 밤에는 좀 쌀쌀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문가영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온종일 감정 기복이 심해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 상태였다. 그런데 문가영이 거의 잠들기 전까지도 진수빈은 아직 주방 정리를 끝내지 못했다. 마치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같았다. 말을 꺼낼 기미조차 없었다. 문가영은 아예 또리를 안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말 잠들었는데 잠결에 누군가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