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9화
문가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약혼은 내가 먼저 제안한 거 맞죠. 하지만 그건 파혼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그녀는 진수빈을 돌아봤다.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어둠 속에 물든 듯, 진수빈이 쉽게 읽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
“수빈 씨, 우리 약혼한 지 벌써 5년 됐어요. 그 5년 동안 깨달은 게 하나 있거든요. 우리 서로 맞지 않는다는 거.”
아마 예전 같았으면 그녀도 순진하게 믿었을 것이다.
사랑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랑이 바닥나서 겨우 얇은 껍데기만 남았을 때는 한마디 말조차 견뎌내기 힘들게 만든다.
진수빈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문가영보다 한 뼘은 더 컸다.
그래서 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거의 완전히 감싸안았다.
진수빈의 깊은 눈동자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그건 불공평하지. 왜 네가 원하면 가질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거야?”
그 말에 문가영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수빈 씨, 이 관계에서 불공평한 건 오히려 나예요.”
사실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은 바로 진수빈 자신이었다.
진수빈도 자신이 왜 문가영을 찾아왔는지 정확히는 몰랐다.
며칠째 그녀가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진수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조 원장님 병실을 드나들었지만 문가영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영이가 알려줬다. 조 원장님이 문가영에게 다시 일하러 돌아가라고 했다고.
진수빈은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렸지만 결국 문가영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문가영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는 걸.
진수빈은 깊고 차분한 눈빛으로 문가영을 한참 바라봤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손목을 잡더니 차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가영이 차에서 내리려 하자 진수빈이 말했다.
“조 원장님 상태가 처음보다 많이 안정됐어. 조금만 더 지나면 수술 준비도 할 수 있을 거야.”
조 원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문가영은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에 진수빈의 얼굴색은 점점 더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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