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7화

문가영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진수빈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굳이 반박하고 싶지도 않았다. 문가영은 기운이 하나도 없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 침묵을 지키면 그가 알아서 물러갈 거라 생각했지만, 진수빈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진수빈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대답을 들을 때까지 난 여기 있을게.” 그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자리를 지켰다. 유정원이 어떻게든 그를 쫓아내려 했지만 진수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임슬기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 이러는 거, 가영이한테는 부담이야.” 하지만 진수빈은 여전히 단호한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있을게요.” 그가 눈꺼풀을 내려 시선을 감췄다. 하지만 굳게 다문 입술에서는 긴장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아무도 문가영이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결국 유진성이 나서서 진수빈을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문가영은 그가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수빈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게다가 문가영이 받아야 할 각종 검사나 진료 절차 하나하나를 곁에서 챙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의사인 자신이 병원 사정에 밝다는 것이었다. 유정원이 곧바로 쏘아붙였다. “우리 엄마도 의사예요. 당신 도움은 필요 없다고요.” 하지만 유진성과 손서희가 잠깐 얘기를 나누더니 진수빈의 뜻을 꺾지 않기로 했다. 손서희는 진수빈에게 당부했다. “여기 남아도 좋아요. 하지만 더 이상 가영이를 자극하지는 마요.” 유정원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결국 유진성이 그를 끌고 병실을 나섰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가영이 치료부터 받게 해야 할 거 아니야.” 유정원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진수빈이 있는데 누나가 건강을 되찾을 리가 있겠어요?” 유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오랜 세월이 담긴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갔다. “어쩌면 진수빈이 있어야만 가영이가 나을지도 몰라.” 이번에 문가영의 멘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