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여민지는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를 바라본 문가영은 여민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여민지는 문사라와 너무나 닮았다. 너무나 닮아서 가끔 현실감을 잃을 정도였다. 다음 날, 문가영은 혼자 문사라의 묘지에 갔다. 밝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소녀는 문가영의 기억 속 언니와 똑같았다. 문가영보다 먼저 도착한 진수빈은 흰 셔츠 대신 검은색을 입어 더욱 엄숙해 보였다. 구혜림이 여민지에게 속삭였다. “언니에게 인사해. 너희 어릴 적엔 정말 친했잖아.” 손에 든 꽃을 묘비 앞에 놓은 여민지는 사진 속 자신과 닮은 젊은 여성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구혜림은 쌍둥이 딸들이 곁에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에 뒤에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기분이 가라앉은 문가영은 꽃다발을 안고 앞으로 걸어가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문가영은 문사라가 가장 좋아하던 벚꽃을 가져왔다. 하지만 벚꽃이 지는 계절이라 늦벚꽃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문가영은 늦벚꽃을 사느라 늦게 도착했다. 문사라의 기일이라 아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문씨 저택에 돌아왔을 때 진수빈의 부모님이 찾아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진씨 가문은 문씨 가문과 달랐다. 문씨 가문은 주로 호텔 관련 등 비즈니스에 집중했지만 진씨 가문은 전반적으로 다 잘했다. 진수빈의 아버지 진경수는 전북 상업 협회의 회장이기도 했다. 문소운은 진경수를 보자마자 맞이하러 나갔다. “왜 연락도 없이 왔어요?” 진경수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오늘이 그날이라 그냥 찾아온 거예요. 우리 와이프도 가영이와 얘기하고 싶다고 하고.” 임슬기는 진경수 뒤에 서 있었다.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는 전체적으로 매우 차분해 보였다. 임슬기가 미소를 지으며 문가영에게 인사했다. “가영아, 오랜만이구나.” 문가영이 대답했다. “슬기 이모. 안녕하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진수빈이 자리를 떠났다. 진수빈은 진경수와 임슬기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진수빈은 진경수와 임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