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3화
국경없는의사회 일정이 조정되는 바람에 문가영의 휴가는 아직 넉넉히 남아 있었다.
A국에서는 손서희와 유진성이 각자 일에 바빴고 유정원도 억지로 학교에 돌아가야 했으니 문가영은 따로 할 일이 없어 전북에 머물렀다.
이 사실을 가장 반긴 건 진수빈 말고도 임슬기였다.
임슬기는 날마다 음식을 바꿔 가며 밥을 해 주며 살이 너무 빠졌다면서 살을 좀 찌워야 한다고 했다. 덕분에 며칠 사이 문가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동그래졌다.
며칠 전 진수빈이 불쑥 꺼낸 청혼은, 문가영 마음을 크게 흔들지 못했다. 화려한 의식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 사이 문가영은 일부러 유성에 들러 장연수를 다시 만났다. 그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안에서는 혼자 영어까지 배우고 있었다. 나중에 A국 가서 문가영이랑 놀 거라 했다.
문가영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땐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A국 구석구석 보여 줄게.”
장연수는 낮게 “응”하고 답했지만, 금세 눈가가 붉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내 그것마저 애써 감춰버렸다.
“나... 절대 너희한테 너무 뒤처지진 않을 거야.”
한때는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였지만 이제는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장연수는 높은 벽 안에 갇혀 오직 공부로 버텨야 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가영의 마음은 조금 무거워졌다. 그때 진수빈이 곁에서 말했다.
“걱정 마. 나랑 문지성이 계속 지켜보고 있어. 별일 없을 거야.”
문가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유성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도시도,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으로 돌아와서는 함영희를 만났다. 약속 장소는 근처 식당이었고 이희성도 함께였다.
진수빈을 보자 이희성이 투덜거렸다.
“병원에서 같이 있을 땐 밥 먹자고 말씀이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알았으면 저도 진수빈 씨처럼 핑계 대고 빠져나왔을 텐데요. 괜히 회의만 붙잡혀 있었잖아요.”
진수빈이 흘깃 보며 말했다.
“회의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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