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그 말은 곧장 진수빈이 했던 말을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문가영을 향한 진수빈의 시선이 잠시 멈추었다. 그는 갑자기 묘한 감정을 느꼈고 불안과 긴장감이 뒤섞이며 밀려왔다. 문가영은 진수빈이 끝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시선을 내리깔고 함영희와 함께 떠났다. 함영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영아, 너는 좀 더 당당해도 돼. 여민지 씨는 항상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마치 모든 이들을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 하지만 제발 기억해 우리 간호사들도 의료진이야. 여민지 씨가 내 상사는 아니잖아. 정말 짜증 나.” 문가영은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여민지 씨랑 맞서지 마. 그냥 적당히 피하면 돼.” 문소운과 구혜림은 여민지를 마치 심장처럼 아꼈다. 심지어 문지성이 돌아왔을 때도 그에게 여민지를 위해 병원 내 인맥을 형성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여민지가 병원에서 따돌림당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문지성은 분명 그녀를 위해 힘을 써줄 것이다. 문가영은 함영희가 문소운 부부에게 눈엣가시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함영희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고 만약 문소운이 그녀를 괴롭히기로 마음먹는다면 방법은 많다. 함영희는 짧게 대답했다. “알았어.” 어쨌든 한 가지 일이 해결된 덕분에 문가영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진예은에게 전화를 걸었고 진예은은 매우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임지아 씨 일은 해결됐어?” 문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이 이미 병원 측에 보고했고 병원에서도 경찰에 신고했어.” 진예은이 말했다. “나도 소식 들었어. 임지아 씨 비서가 우리 쪽에 직접 연락했거든. 아마 오늘 저녁에는 핫이슈가 될 거야. 그런데 가영아, 궁금한 게 있어.” 진예은이 물었다. “청소부가 가지고 있던 병원 기록은 어디서 온 걸까? 너는 진수빈 씨가 자신의 물건을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했잖아. 정전이 되었다고 해도 병원 기록을 찍을 수는 없었을 텐데.” 이건 문가영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수빈에게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