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오늘 강현우의 기분은 유독 안 좋아 보였다. 온몸에서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맞아.”
이진아도 그 분위기를 직감적으로 느꼈다. 괜히 더 물었다가 화를 자초할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십 분쯤 지났을까, 뜻밖에도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왜 더 안 묻어?”
그 말 한마디에 싸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진아는 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 중요한 분이셨나요?”
“그래.”
강현우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덤덤하게 덧붙였다.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지. 그녀가 떠날 때... 난 제대로 무너졌었거든.”
이진아는 지금 이 순간의 강현우가 두려웠지만 동시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참 지독하게도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순애보였구나...’
돈이 많은 남자일수록 순애보라고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이진아가 알고 지냈던 재벌 2세들은 대개 사랑보다는 연애를 즐기는 것으로 아는 쪽에 가까웠다.
강현우 같은 남자는 드물었다.
‘죽은 첫사랑을 7년째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남자, 해마다 잊지 않고 그녀를 찾아가고, 지금도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라니...’
그런 그에게 한 사람의 존재가 이렇게까지 각인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혜정은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이었다.
곧 서운추모공원에 도착했다.
추모공원 입구에는 웅장한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문 앞에는 심지어 무기를 소지한 경비까지 있었다.
아무래도 강현우의 차를 알아보는 듯했다.
거대한 철문이 곧장 열리더니, 철문 너머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유혜정 씨는 어디에 묻혀 있을까...’
이진아는 지정된 구역에 차를 세우고 나서 누군가 다가와 공손하게 차 문을 열어주는 걸 보았다.
강현우는 휠체어에 앉은 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이진아는 당연히 따라갈 용기가 없었던 터라,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 순간 강현우의 시선이 스치듯 그녀에게 닿았다. 이번에도 묘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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