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6화
이진아는 얼굴에 얹은 책을 치우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쪽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요. 집에서 정략결혼을 주선했거든요. 싫어하는 여자랑 결혼하기 싫어서 도망쳤는데 어쩌다 보니 비행기를 타게 됐고 또 어쩌다보니 이 자리에 있네요. 이참에 그냥 세라국 쪽에 가서 좀 돌아다녀 보려고요.”
대부분은 집안의 뜻을 따르기 마련이기에 명문가에서 결혼을 회피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자기 생각이 꽤 뚜렷해 보이네.’
“보니까 실력도 나름 괜찮던데 내 곁에 남아서 보디가드 해볼래요?”
이진아는 놀란 눈빛을 보였고 얼굴에 올려놓았던 책을 치우며 물었다.
“돈 많으신가요?”
여나연은 얼굴에 자부심이 스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많죠. 1년에 4억 줄게요. 대신 내 안전을 책임지고 절대적인 충성을 다해야 해요.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냥개를 옆에 두지 않는 게 원칙이거든요.”
이진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여나연을 바라봤다. 그러고선 아름다운 얼굴로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차피 그쪽에서는 할 일도 없고 이번 기회에 집안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네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걸.”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이재희가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저도 같이 받아줄 생각은 없나요?”
평소에도 자기 멋대로 하는 성격인 여나연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지 바로 대답했다.
“그럼 잡일이나 해요. 나중에 집 도착하면 도우미들이 일을 맡길 거예요. 같이 집 청소하면 돼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나연이요.”
그렇게 몇 마디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선 세라국 항구에 배가 정박하기만을 기다렸다.
배에서 내리기 직전, 이진아는 이재희와 눈빛을 주고받더니 조용히 여나연에게 물었다.
“모자랑 마스크 써도 될까요? 저희 집안이 솔라리스 쪽에 아는 사람이 많아서 혹시라도 얼굴이 들킬까 봐 걱정되네요. 여기서 조금 더 머물다가 돌아가고 싶거든요. 그동안엔 전적으로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사실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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