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6화

여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하더니 이진아에게 몇 초간 머물렀다가 다시 거두었다. 여나연을 대할 때 그녀의 얼굴에는 사랑이 조금 담겨 있는 듯했다. “네가 이번에 솔라리스에서 돌아왔는데 네 아버지의 태도가 영 좋지 않았지?” 여나연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겨우 이것 하나 제대로 못 했을 뿐인데 말이죠. 예전에 오빠들이 망친 일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짝! 뺨에 손바닥이 매섭게 날아왔지만 여나연은 이미 익숙한 듯 뺨을 만졌다. 여자의 얼굴은 매우 차갑게 변하더니 여나연의 고집스러운 표정을 보자 다시 한번 따귀를 날렸다. “표정이 왜 그래? 내가 너한테 네 아버지께 절대복종하라고 하지 않았어? 네 지금 모든 것은 아버지 덕분이야. 말을 듣지 않으면 네 아버지도 널 더는 봐주지 않을 거야.” 여나연은 눈빛이 차가워지며 오늘 밤 괜히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일어섰다. “알았어요.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 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솔라리스 쪽 일은 다른 방법으로 만회할게요. 곧 아버지께서 저를 용서하실 거예요.” 여인은 안심하며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왔으니 서둘러 가지 마.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혼사 자리가 있다고 전화하셨어. 윤씨 가문과의 혼담이래. 너도 알다시피 윤씨 가문은 지금 번성하고 있잖아. 우리 여씨 가문 다음으로 지위가 높아.” 여나연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진 채 할 말을 잃었다. 여자는 그녀의 반항을 보지 못한 듯 손을 잡고 말했다. “너는 윤광수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으니 서로를 잘 이해하잖아. 네가 결혼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이 혼담을 내가 알아서 승낙했어. 이번 기회에 윤광수와 잘 지내고, 반년 뒤면 결혼식을 올리자.” 여나연은 아버지가 자신의 혼사를 추진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딸이 태어난 목적이 그것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고, 윤광수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 윤광수에게 매우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