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4화
남자는 백미러로 이진아를 힐긋 보더니 말했다.
“진아 씨가 한번 설득해 보실래요?”
그녀는 흩날리는 창밖의 눈꽃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 사람 과거를 모르는데 어떻게 설득해요? 그 집에 있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고 거기서만 안정감을 느낀다면... 제가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쫓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녀는 눈을 감고 등을 기대며 말했다.
“솔직히 대부분 시간은 Z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누가 누구에게 빚진 건지 알 수 없어 항상 그를 배려해주고 싶었다.
남자는 이진아의 깊은 고민에 살짝 놀랐다.
그녀는 너무나 냉철했는데 그 냉철함이 사람을 끌어들이면서도 동시에 위험한 칼날과 같았다.
신호등에 멈춰 선 차 안에서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Z가 형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나요?”
“몇 마디 언급한 적은 있지만 자세한 건 몰라요.”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갈 줄 알았지만 다시 시동을 걸 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두 시간 후, 차는 허름한 작은 빌라 앞에 멈춰 섰다.
밖에서는 불빛이 전혀 안 보여서 안에 누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진아가 먼저 내렸고 남자는 하차할 기미가 없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녀의 물음에 남자는 핸들을 잡고 있다가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Z가 불면증이 심해요. 오래가면 건강에 정말 안 좋을 거예요. 시간 되시면 좀 더 자주 찾아가 주세요. 진아 씨가 예전에...”
문득 남자가 말끝을 흐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무튼 진아 씨가 옆에 있어 주면 많이 좋아질 거예요. 최근에 부작용 있는 약을 먹으려고 하는데... 나중에 환각이나 환청이 올 수도 있다고 말렸지만 도통 듣지 않아요. 대신 잘 설득해주세요, 진아 씨. 부탁드릴게요.”
남자는 속절없는 말투로 말했다. 오죽하면 이진아한테까지 부탁할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서려는 순간, 남자가 또다시 옆에서 해열제 한 통을 건넸다.
“Z가 지금 열이 나는데 병원에도 안 가려고 해요. 해열제라도 먹여서 푹 자게 해주세요.”
이진아는 화가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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