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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도윤기를 바래다준 후, 이진아는 곧장 Z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혹시 또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걱정이 밀려와, 그녀는 바로 몇 통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답장이 왔을 텐데, 이번엔 무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한 줄이 왔다. [바빠요. 조금 일이 있어서요.] 하지만 이진아는 곧바로 연달아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불편하게 들렸다. “Z, 혹시 또 아프신 건 아니죠?” “아뇨. 요즘 다크 나이트 쪽이 좀 복잡해졌어요.” 이진아는 그쪽 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회사처럼 명절엔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했다. 그녀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일 저녁 약속은... 괜찮아요? 시간 되는지 모르겠네요.” 잠깐 정적이 흐른 후, Z는 피곤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건 내일 다시 얘기해요. 정말 바쁘거든요.” 이진아의 눈빛에 서늘한 실망이 스쳤다. 이도영 곁에는 소정인이 있기에, Z마저 바쁘다면... 이번 명절은 혼자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알겠어요. 혹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연락 줘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장을 보던 것도 멈추고 그대로 차를 돌렸다. 혼자라면 굳이 명절 음식을 챙길 필요도 없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 문득 뒷좌석에 놓여 있던 도자기 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한의원 원장이 선물한 그 항아리였다. “이걸로 닭곰탕 끓이면 몸에 아주 좋아요.” 그 말이 떠올랐다. ‘아, 까먹을 뻔했네…’ 이진아는 항아리를 안고 서둘러 집으로 올라갔다. 부엌 선반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고, 잠시 숨을 돌린 뒤 욕실로 향했다. 샤워하고 나면 국물부터 우릴 생각이었다. ... 그 시각, 강오름은 숨을 몰아쉬며, 눈앞의 남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번지고 있었다. “삼촌...내가 할 말은 다 했어요. 진짜예요. 그 사진들, 전부 삭제했어요. 게다가 내일은 설 전날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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