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6화
그녀는 부엌의 미닫이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고민했다. 결론은 굳이 제 몸까지 혹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몸져누우면 본인만 손해니까.
이미 위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아팠고 이마에는 땀이 가득 맺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탁자 쪽으로 걸어가 1인용 소파에 앉아서 따뜻한 빵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몇 입 먹다가 문득 탁자 구석에 놓인 자신의 가족관계 증명서 발견했다.
이진아는 먹다 말고 강현우를 쳐다봤다.
남자는 눈길 한번 안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 먹고 구청 가자.”
이진아는 빵을 꽉 쥐는 바람에 빵 모양이 다 변형되었다.
좀 전에 집에 들어오면서 강현우를 본 순간, 어젯밤 미쳐 날뛰었던 모든 게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지금 이 남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제야 깨달았다.
그건 결코 꿈이 아니었다.
‘대표님이 정말 나를 좋아한다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몇 입 더 먹은 후, 속이 좀 편해지고 나서야 질문을 건넸다.
“혹시 저 좋아하세요?”
강현우는 늘씬한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며 차분하게 되물었다.
“네 생각은 어떤데?”
“당연히 아니죠. 좋아하는 데 이런 식으로 할 리는 없잖아요.”
재빠르게 대답하긴 했지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Z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둘의 사랑도 약간 병적이란 걸 알고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 그럼 안 좋아해.”
강현우가 말을 마치고 계속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손가락은 여전히 종이를 잡고 있었지만 썩 힘을 준 건 아니었다. 마치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것처럼 쿨한 척하는 걸까?
이진아는 먹는 속도를 늦추었다. 별안간 강서준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죽은 유혜정이랑 닮았다고 했었나? 만약 현우 씨가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내 얼굴이 누군가를 닮았다고 생각해서 연민이나 동정심에서 비롯된 감정인 걸까?’
그녀는 강현우를 바라보며 불편함을 느꼈다. 아무도 대체품으로 취급받고 싶진 않으니까.
“대표님, 지금 저를 누군가의 대체품으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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