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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사모님, 오늘 저녁에는 국을 끓여 놨어요. 혹시 드시고 싶으신 게 있으면 하루 전에 미리 말씀해 주세요.” 도우미가 옆에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들은 모두 이진아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이진아가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 한 모두 화기애애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진아가 생강차를 억지로 두어 모금 마셨을 무렵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우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오늘 밤 늦게까지 야근할 줄 알았다. 어쨌거나 회사에 며칠이나 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들어오다니. 이진아는 현관 쪽을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늘어뜨렸다. 브라운 베이에서 오래 지냈지만 강현우가 먼저 귀찮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를 장식품처럼 두려고 결혼했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진아는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설마 대체품 때문에 정말로 강윤석의 명령을 거역하려는 걸까? 강현우가 돌아오자 도우미가 곧바로 저녁 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푸짐한 요리가 식탁 위에 차려졌고 도우미가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와서 저녁 드세요.” 조금 전 Z의 꿈을 꾼 탓에 이진아는 도저히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생강차를 내려놓고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강현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올려다보면서 옆 사람에게 말했다. “그냥 치워요.” 그 말에 도우미가 화들짝 놀랐다. ‘대표님께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고 한참 전에 지시하셨는데. 왜 두 분 다 드시지 않는 거지?’ 그러다가 문득 두 사람이 한 식탁에 앉아 있어도 서로 말을 걸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이진아가 일방적으로 강현우와 말을 섞지 않았고 강현우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여 두 사람은 침묵 속에 잠기고 말았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가장 낯선 사람들 같았다. “대표님, 조금이라도 드셔야죠.” 강현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천천히 향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도우미는 한숨을 내쉬고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성껏 준비한 상을 치웠다. 서재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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