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2화
유승준은 다가가면서 종업원에게 좋은 술 몇 병을 가져다주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다가가기도 전에 남자 몇 명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예코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녀를 눈여겨본 사람이 유승준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저 여자는 정말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니까. 게다가 혼자서 술집에 왔다는 건 남자를 꼬시겠다는 뜻이 아니야?’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장면이 떠오른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땐 서로 눈이 맞아 바로 잠자리했고 그 후로도 만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를 파트너로 원하지 않았다.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러 온 게 분명했다.
유승준은 바로 다가가지 않고 미간을 찌푸린 채 멀리서 지켜보았다.
남자들은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으로 꼬리를 펼친 공작새처럼 예코 옆에 앉았다.
“저기, 혼자 왔어? 술 한 잔 같이해도 될까?”
그 시각 예코는 태블릿 PC의 화면을 누르고 있었다. 모처럼 혼자 술을 마시며 기분 전환하러 나왔는데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겼다. 그녀가 계약한 조유준과 조유하가 오랫동안 사라진 바람에 이진아에게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어쨌거나 두 사람을 이진아에게 소개한 건 그녀였으니까.
하지만 요즘 예코도 이진아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하여 시간이 나는 대로 그 형제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술집에 오랫동안 죽치고 있어도 괜찮은 사람 하나 찾지 못했다.
남자의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도 들지 않고 한마디 내뱉었다.
“여자를 꼬시겠으면 거울부터 좀 봐.”
체면이 구겨졌다는 생각에 남자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런 좀 아니지. 우리가 잘생겼기로 소문난 사람들이거든.”
예코는 그제야 웃으면서 고개를 들어 그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누가 잘생겼대? 눈이 삔 거 아니야?”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독설을 내뱉었다. 게다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들었다. 순식간에 비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자들은 체면을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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