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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이 말은 그녀가 강윤석의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은근히 떠보는 말이었다. 예코는 짜증이 밀려왔다. “초대는 받지 못했고 유승준이 이혼하려 한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원하던 결혼이 아니었잖아요. 이젠 우리 회사도 안정적으로 발전해서 그 사람한테 빌붙을 필요 없어요.” 휴대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씨 가문에 시집가려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겨우 그 자리를 꿰찼는데 왜 소중한 줄을 몰라? 회사가 곧 2차 융자를 시작해. 이 시기에 유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지면 내가 피땀 흘려 이룬 모든 게 물거품이 돼버려.” “아빠, 욕심이 너무 많으면 안 돼요. 예전에 나보고 결혼하라고 했을 때 유승준한테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말도 안 했잖아요.” 연인 사이를 억지로 갈라놓게 했으니 유승준의 미움을 받는 것도 당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그의 반감을 사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용히 지냈다. 그래야 두 사람이 끝내도 좋게 끝낼 수 있으니까. 유승준이 귀국하던 날 예코는 가족들에게 떠밀려 연회에 갔다. 유승준은 집안에서 정해준 이 결혼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연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도 원래 그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적당히 얼굴만 비추고는 술을 마시러 나갔다. 그날 밤 예코는 몹시 짜증이 났고 유승준에게 어떻게 말해야 이 결혼을 끝내고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 일은 애초에 그녀가 그에게 잘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쩌다 보니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이건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가 바로 유승준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도 하필 유승준과 자다니, 하늘조차 그녀를 용서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은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유승준이 약간 진지해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예코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그녀의 신분을 숨기는 수밖에 없었다. 유승준이 명목상의 아내인 그녀를 혐오하는 틈을 타서 최대한 빨리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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