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0화
이진아도 계속해서 어른거리는 실루엣이 신경 쓰여 몸을 일으켰다.
“왜 안 들어와요? 내가 그쪽 구해줬는데 왜 고맙다는 인사도 안 해요? 그라고, 그쪽은 도대체 날 어떻게 아는 건데요?”
양민혁은 사색 된 얼굴로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진아 씨... 제발 나한테 말 걸지 마요.”
그날도 그저 배팅에 성공했다는 기쁨에 겨워 한 번 안아봤을 뿐인데 하마터면 저승사자에 의해 정말 저승으로 갈 뻔했다.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저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지만 속으로는 자기를 어떻게 죽일지 수십 번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게 분명했다.
너무 무서웠다. 저승사자라는 가명을 쓴 저 남자가 정말이지 너무도 무서웠다. 그때의 지하 격투기장에서는 혼자서 엘리트 선수들 10명을 상대했었다.
그 몇 경기에서 배팅을 잘못했던 사람들은 바지까지 저당 잡힐 뻔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등장한 이름 모를 사내가 이길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이진아는 더 궁금해져 손에 총을 들고서는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들어가요, 안 그럼 쏩니다.”
양민혁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공포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진아도 변했어... 저승사자랑 똑같이 무서워졌어...”
그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안 들어가요, 죽어도 안 들어갈래요. 어떻게 저 저승사자랑 같이 있을 수 있어요? 저 사람이 몇 명을 죽였는지 알아요? 난 아직도 지금 저 얼굴을 보면 목덜미가 막 뻣뻣해지는데.”
양민혁의 말이 끝나자 동굴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우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양민혁을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뒷걸음질 쳤다.
이진아의 시선이 강현우의 얼굴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현우는 어린 시절부터 강씨 가문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자라온 사람이었다. 몸 쓰는 거라곤 그저 강씨 가문에서 따로 사람 붙여서 가르쳐준 게 다였고, 실질적인 수완은 전부 비즈니스 쪽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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