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7화
하지만 박태호도 다쳤다.
실수로 옆에 있던 식칼에 손을 베여 손바닥에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박여진은 보지 못했다.
그녀는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며 성큼성큼 연정훈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연정훈은 얼굴에 쓰고 있던 안경이 비뚤어졌고 뺨이 붉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박태호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
박태호는 원래 조금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뺨을 맞자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가가 붉어졌다.
“박여진, 너 눈이 멀었어? 그 자식 다친 것만 보이는 거야?”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마음이 아프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누나가 어떻게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거지?’
박여진은 마른 침을 삼키고 연정훈의 팔이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며 얼굴이 더욱 차가워졌다.
“사과해. 네가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으니 그 사람이 너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는 걸 몰라?”
박태호는 그 말에 자극을 받아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소하라고 해. 고소하라고.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나는 아직 네게 묻지 않았어. 그날 나에게 준 물에 대체 뭘 넣은 거야! 나는 네가 드디어 깨달았다고, 마침내 너를 향한 내 마음을 알아줬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자식과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 거였어. 너 정말 계산적이다.”
그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한편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어머니를 부추겨 자신에게 맞선을 주선하게 하다니.
정말 바빴다.
“박여진, 내가 너와 잠자리를 할 때 너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나를 속일까 궁리하고 있었던 거야?”
그는 목이 잠겼고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비참하게 넘어진 적은 없었다.
박여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진실대로 연정훈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고 말하면 박태호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연정훈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고 옆에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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