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0화
박여진이 피식 웃으며 문을 천천히 열었다.
“잘 생각해볼게요. 이렇게 요리 잘하는 남자는 정말 흔치 않으니까.”
호텔로 돌아온 박여진은 바로 욕조에 몸을 담갔다. 정말 지칠 대로 지쳤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박씨 가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박태호의 정략결혼 상대를 찾았다면서 오늘 저녁에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박여진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박호섭이 직접 전화한 거라 거절할 수 없었다.
저녁, 박여진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박씨 저택 거실에 들어섰다. 그때 김해영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지 곧 졸업이지? 해외에서 몇 년 동안 있었더니 살이 좀 빠졌네. 예전에 너랑 태호 사이가 참 좋았는데.”
영지라 불린 여자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박태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내가 돌아와서 그렇게 힘들어요?”
영지는 원래 남자처럼 성격이 털털했다.
박태호가 억지로 미소를 쥐어짰다. 곁눈질로 박여진이 온 걸 보고는 멈칫했다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박여진은 가져온 선물을 옆에 놓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엄마, 아빠, 태호, 영지야.”
영지는 지엠 그룹 고위 임원의 딸로 박태호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그보다 두 살 어렸다.
몇 년 전 유학을 떠났다고 들었는데 조만간 영영 귀국할 모양이었다.
영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박여진에게 달려가 덥석 껴안았다.
“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남자친구가 생겼다면서요? 오늘 같이 안 왔어요?”
박여진은 조금 전 연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쯤 아마 오는 길일 것이다.
“곧 도착할 거야. 엄마, 아빠,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김해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소파를 툭툭 쳤다.
“얘가 왜 이렇게 깍듯하게 굴어? 네가 행복을 찾아서 너무 기쁘구나. 태호야, 얼굴 좀 찌푸리지 마. 영지가 너 보러 멀리서 왔는데 왜 그래?”
박태호는 주먹을 꽉 쥐면서 박여진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박여진은 일부러 더 매정하게 굴었다. 자리에 앉은 후에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맞장구만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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